야림(野林)에 바야흐로 전운이 감돌고 있다. 4일 시작하는 대장정을 앞두고 8국의 야웅(野雄)들은 창을 벼리고 방패를 닦으며 막바지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각국의 올 시즌 전력을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는' 춘추전국시대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승패는 치러봐야 아는 법. 진검승부를 앞둔 8국 수장들이 던진 '출사표(出師表)'는 오로지 천하통일 뿐이다.구국간성(救國干城)-패장(覇將) 김재박(현대)
막강 방패(干城) 정민태가 있는 한 한국시리즈 2연패(救國)는 문제 없다. 지난해에도 우리 팀 전력은 최상이 아니었다. 4선발 선정과 박종호가 떠난 2루를 메우는 게 시급하다. 기아의 상승세가 무섭지만 김진우의 부상으로 한풀 꺾였고, 삼성은 이승엽과 마해영의 공백이 크다. 호적수는 지난해에 이어 역시 SK가 될 것이다. LG도 경계할 것이다. 판도가 지난해와 비슷하다면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
권토중래(捲土重來)-용장(勇將) 조범현(SK)
지난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보강했다. 이상훈과 조웅천의 더블 마무리는 당대 최강이라고 자부한다. 엄정욱 송은범 신승현 등 젊은 투수들의 가세로 안정된 마운드가 지난해 상승세를 뒷받침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방망이부대의 화력은 약하다. 완벽한 승리를 위해 공격적인 팀 배팅을 강조할 것이다. 현대와 기아가 무섭지만 뒤로 갈수록 우리의 진가가 빛을 발할 것이다.
파죽지세(破竹之勢)-덕장(德將) 김성한(기아) 장성호 마해영 심재학으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의 방망이는 어떤 마운드라도 깨뜨릴 수 있는 기세다. 김진우의 빈 자리가 커보이지만, 이것이 오히려 나머지 선발의 투지를 자극한다. 강철민과 김주철이 제 몫을 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실력이 평준화했지만 SK가 경계대상 1호다. 정규리그뿐 아니라 한국시리즈 우승을 꼭 차지할 것이다.
읍참마속(泣斬馬謖)-신장(信將) 이순철(LG)
이상훈을 내보낸 건 신뢰의 야구를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지난해 팀 타율이 꼴찌(2할4푼9리)였지만 올 시범경기에선 1위(2할9푼1리)로 도약했듯 좌타 라인은 천하무적이다. 기아와 현대를 잡기 위해선 선발 투수들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해주느냐가 관건이다. 우리가 '4중(中)'이라고 하는데, 4월 5할 승부로 운을 뗀 뒤 본격적인 우승 사냥에 나설 것이다.
대기만성(大器晩成)-호장(好將) 유승안(한화)
야구는 분석으로 하는 게 아니다. 지난해 5위였지만 올해는 해볼만하다. 용병과 김태균이 건재한 타선은 문제없고 마무리 권준헌의 영입과 송진우 정민철의 재활이 완벽하게 끝난 마운드도 충분히 4강 전력이다. 욕심내지 않고 4강에 든 뒤 마지막에 웃는 자가 되겠다.
혼연일체(渾然一體)-노장(老將) 김응용(삼성)
시범경기에서 붙어보니까 강팀도, 약팀도 없다. 우리가 약해졌다고 하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 방망이는 떨어지지만 마운드는 훨씬 좋아졌다. 이승엽이나 마해영의 공백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믿을만한 선수는 없지만 모두가 하나된 팀워크로 상대를 제압할 것이다.
배수지진(背水之陣)-맹장(猛將) 김경문(두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연습도 정말 열심히 했다. 안타가 되더라도 끝까지 쫓아가는 파이팅의 야구,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야구로 승부를 건다면 4강 아니라, 우승의 기회도 올 것이다. LG의 막강 타선이 부럽지만 우리 역시 실력이 서서히 나타날 것이다.
민심천심(民心天心)-지장(知將) 양상문(롯데)
승부도 중요하지만 알찬 경기내용으로 부산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 준비는 완벽하고 결과는 기다려봐야 안다. 일단 중위권 진입에 전력하겠다. 여전히 우리를 약체로 보지만 시범경기처럼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꿈의 200승, 피와 땀으로 쌓은 2,000경기 출장.'
지난해 세계 최연소 300홈런과 아시아 홈런신기록(56개)을 갈아치운 국내 프로야구는 올 시즌에도 또 다른 기념비를 세우기 위해 기록행진을 이어간다. 불멸의 스타 장종훈(36)과 송진우(38·이상 한화)가 깃발을 들었다. 국내 최장수 현역 선수 그룹에 속하는 이들이 때리고 던질 때마다 기록의 신천지가 열린다.
현재 최다 경기출장(1,873경기)을 갖고 있는 장종훈이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고 올 시즌 127경기(전체 133경기)를 소화한다면 2,000경기 출장이라는 감동적인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장종훈은 이외에도 최다안타(1,731안타), 최다홈런(333홈런), 최다득점(1,021득점), 최다타점(1,117타점), 최다루타(3,101루타) 등 거의 타자 전부문에서 기록사냥을 계속한다.
장종훈의 청주 세광고 선배이기도 한 '강철어깨' 송진우는 마운드에서 신기록을 쏟아낼 전망. 2002년 선동열(현 삼성코치)의 통산 최다승 기록(146승)을 갈아치우고 200승 고지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송진우는 일단 올해 180승 고지부터 정복한다. 현재 171승. 지난해 왼쪽 팔꿈치 통증으로 일본에서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올 시범경기에서 8이닝 1실점(방어율 1.13)의 위력을 선보이며 재기 가능성을 확인한 송진우로서는 이 같은 목표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송진우는 또 사상 첫 '1,700탈삼진'과 '2,500이닝 투구' 달성에 각각 41탈삼진과 119와 3분의2이닝 만을 남겨두고 있다.이와 함께 14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에 도전하는 전준호(현대·통산 430도루)와 지난해 도루왕(50개) 이종범(기아·통산 402도루)이 최초의 '통산 450도루' 달성을 위해 잰 걸음을 걷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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