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로 유명한 독일 상업오락방송 RTL의 모토는 "쇼는 더 많이, 광고도 더 많이, 스포츠는 조금 더" 이다. 스포츠 자체보다는 쇼와 광고에 더욱 비중을 둔다는 의미다. 사실 스포츠는 관객(소비자)과 스폰서, 선수가 함께 만드는 종합 이벤트이다.'소비의 미래'(생각의나무 발행)의 저자로 소비문화 전문가인 다비트 보스하르트는 광고·방송 등에 의한 소비에 대한 심리적 강제를 '소비 테러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스포츠 이벤트가 소비자에게 상품구입을 강요하는 메커니즘을 갖기 때문이다. 어쨌든 스포츠와 광고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유명 골프 선수들은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다. 모자와 윗도리에 덕지덕지 붙은 상표개수나 유명세에 따라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다. TV중계를 유심히 보면 몸 구석구석 요란하게 상표가 붙은 선수가 '골프여왕' 아니카 소렌스탐이다. 모자정면, 왼쪽소매에 캘러웨이, 오른쪽가슴은 메르세데스벤츠, 왼쪽가슴은 미국 의류회사 커터앤벅(cutter& buck), 셔츠 목부분 왼쪽에는 세계굴지의 식품회사 크라프트(kraft). 심지어 등에도 크라프트 상표가 붙어있다.
소렌스탐에 비하면 타이거 우즈는 점잖다. 모자정면과 왼쪽, 왼쪽가슴 등 3곳에 나이키 상표만 붙어있다. 상표개수는 소렌스탐보다 적지만 액수는 무려 1억 달러(5년간)다.
박세리는 모자정면과 왼쪽가슴에 CJ, 모자오른쪽은 테일러메이드가 서브스폰서로 들어갔다. 안시현은 모자정면, 왼쪽가슴, 왼쪽소매에 엘로드가 있다. 모자왼쪽에는 자신의 영자이름을 새겼다. 모자를 쓰지않는 존 댈리는 양쪽가슴과 소매, 등짝에 던롭 등의 상표가 있다. 최경주는 모자정면, 왼쪽가슴과 소매에 슈페리어가 있다.
하지만 통상 모자오른쪽이나 오른쪽소매는 푸대접을 받는다. 중계화면에 잘 잡히지않기 때문이다. 29일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지은의 옷과 모자엔 상표가 없다. 몸값을 올린 뒤 스폰서를 정하겠다는 심보다.
기업은 광고를 통해 투자 이상의 효과를 보려 한다. 1997년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나이키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선수가 광고주에게 교묘하게 불만을 표시할 때도 있다. 선글라스를 모자에 살짝 걸쳐 상표를 가리는 것이다. 지금은 CJ 소속인 박세리가 데뷔 이후 메이저대회를 휩쓸 때 간혹 선글라스로 상표를 가려 삼성전자가 속앓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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