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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무더기 재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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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무더기 재선거

입력
2004.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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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엄격해진 선거법과 철저한 감시망 때문에 무더기 재선거 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등록을 마친 후보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두뇌회전이 빠른 사람들은 벌써부터 재선거를 노린다는 얘기마저 나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달 말까지 2,201건의 불법선거운동을 적발, 199건을 사직당국에 고발하고 121건을 수사의뢰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당선무효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 상당수다. 적발건수는 이미 16대총선의 3배를 넘었다. 공식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 모양이니, 선거가 끝난 뒤의 소송사태는 불을 보듯 뻔하다.■ 당선무효 결정이 5월6일 전에 이뤄지면 6월5일, 9월30일 전이면 10월30일에 재선거를 한다. 개정 선거법은 재·보선을 일년에 두 차례만 치르도록 했다. 상반기는 4월 마지막 토요일, 하반기는 10월 마지막 토요일로 날짜를 못 박았다. 올해는 4월에 총선이 있기 때문에 6월 첫째 토요일로 바뀌었다. 9월30일 이후 결정이 난 재선거는 내년4월로 이월된다. 과거에는 재·보선 사유가 발생하면 90일 전에 지역구별로 실시했으나, 각 정당이 재·보선에 전력 투구하는 낭비를 막기 위해 일년에 두 차례 몰아서 하는 것이다.

■ 개정 선거법의 당선무효 조항은 혹독하다. 옛날 법은 후보가 선거법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거나 선거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가 징역형 이상을 받아야 당선이 취소됐으나, 개정선거법은 후보의 100만원 벌금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선거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가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만 받아도 무효가 되도록 했다. 선관위는 당선무효 결정의 직접 원인이 된 제보에 대해서는 최고 1억5,000만원까지의 추가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후보진영에서 내부 고발이 나올 수도 있다. 경찰은 1계급 특진이 걸렸고, 신고금액의 50배까지 최고 5,000만원의 포상금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개정선거법은 선거재판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궐석재판이 가능토록 했고, 대법원은 이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온정주의를 버리고 법을 엄격히 적용한다는 원칙도 세워놓았다.

■ 벌써부터 재선거 얘기가 나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선거풍토의 혁명적 개선을 위해서는 한번은 겪어야 할 진통이다. 분명한 것은 후보와 유권자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달라진 선거법을 지키면 재선거 사태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개혁의 격변기에 재선거의 유탄을 맞는 피해자가 얼마나 나올지 궁금하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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