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 정부에 중동지역 테러집단의 송금 루트로 악용될 수 있는 하왈라 송금시스템에 대한 실태조사를 촉구한데 이어,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태평양 자금세탁방지기구(APG) 등 주요 국제기구가 한국의 자금세탁방지 체제와 운영실태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 국제기구는 또 한국 정부에 현행 2,000만원 이상으로 정해진 혐의거래 보고제도 기준의 철폐 등 강도 높은 제도개선을 권고하고 나섰다. 31일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IMF와 APG 등 자금세탁방지 관련 주요 국제기구가 한국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등 윤리경영에 대해 낮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FIU는 최근 외국계 은행에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외환은행 뉴욕지점과 한국계 미국은행(브로드웨이 내셔널 은행)이 자금세탁 방지규정을 위반, 미국 정부로부터 각각 110만달러와 4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은 이후 한국 금융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FIU는 또 주요 국제기구는 한국 금융기관의 자금세탁 방지노력을 미흡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금융기관의 임직원에 대한 교육 부족 고객의 자금세탁 위험도 평가기능 부재 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는 현행보다 훨씬 강도 높은 제도의 도입과 함께 국내 금융기관의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에 대한 검사를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APG는 우리나라에 대해 혐의거래보고 기준 금액 완화 금융감독원의 자금세탁방지 부문에 대한 검사 강화 금융기관 직원의 증언거부권 폐지 소규모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세탁방지의무 확대 등을 권고하고 있다. IMF도 자금세탁 혐의가 의심되는 거래는 금액과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FIU에 보고하도록 규정을 바꿀 것과 금융기관이 고객의 계좌개설 및 거래목적을 자발적으로 파악하는 '고객주의 의무제도'의 도입을 권고했다.
이밖에도 미국 정부는 지난해 국회통과가 좌절된 '테러방지법'의 조속한 재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달 초 내놓은 한국 관련 보고서에서 "한국에서는 법률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다른 범죄와 연관 없이 테러만 지원하는 자금이나 사업체는 처벌할 수 없다"며 "국회에 계류중인 테러방지법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국제기구 등의 권고에 따라 각 금융기관에 2,000만원 이하 혐의거래도 자율적으로 보고하도록 당부하는 한편, 자금세탁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 제2금융권과 소형 금융기관에 대해 집중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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