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풍수 집안 망친다'는 말이 있다. 요즘 서울시가 하는 짓이 꼭 그 꼴이다. 얼마 전에 택시 정류장을 몽땅 영어로만 표기하여 시민단체의 지탄을 받고 바꾼 일이 있다. 그 버릇 버리지 못하고 요즘 하는 일마다 영어를 앞세운다. 도대체 천 만 서울 시민의 언어인 한국어를 두고 영어를 앞세우는 이유가 무엇인가?이른바 '국제도시 서울'을 내세우지만, 국제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말을 놔두고 외국 말을 써야 하는가?
서울시는 버스 디자인을 새로 하면서 온통 B, G, R, Y 따위의 영문자들을 기형적으로 크게 써 붙였다. 한글을 두고 영문자를 쓰는 것도 문제지만, 그 글자들이 아무런 뜻도 없이 그저 버스 빛깔의 머리글자들 뿐이란 데서는 웃을 수밖에 없다. 그보다는 주승객인 서민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간선' '지선' '순환' 등의 노선 종류를 써 주어야 한다.
도시개발공사는 이름을 SH라는 영문 암호로 바꾸고, 거기다 온갖 되지도 않는 뜻을 갖다 붙인다. S가 '어리석은'의 첫글자이기도 하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한다. 시장은 '하이 서울!'하면 미국 사람들이 '헬로!'하면서 너도나도 몰려들 줄 아는지, 온 동네를 영어 범벅으로 만들더니, 외국 투자자의 대리인이 '잉글리시 타운'을 조성해 달라고 하자, 그러겠다고 맞장구치고 나선다.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더 웃기는 짓은 앞으로 회의도 영어로 하고 공문서도 영어로 쓰겠단다. 되지도 않을 짓이고, 하겠다고 설치면 우리말을 죽일 것은 물론이고, 일의 효율과, 그들이 하늘처럼 떠받드는 경제성도 훼손하리라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반풍수'이기 때문에 그러리라!
외국인과 영어를 흠모하는 이명박 시장이 과연 영어로 회의할 실력을 갖추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는 천 만 서울 시민 모두가 영어보다는 한국어가 편하고 영문자보다는 한글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는 상식을 갖추지는 못한 것 같다. 세계 어느 나라의 수도가 자기 말을 두고 외국말을 우선하는 정책을 펼치며, 시민의 편익보다 외국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지, 이 시장은 대답해 보기 바란다.
이명박 시장과 서울시 관리들은 지금 역사에 죄를 짓고 있다. 어설픈 국제인 흉내를 내기 전에 올바른 서울 시민이 되기를 충고한다. 서울이 진정으로 국제도시가 되려면 서울과 한국의 고유성을 살려야 한다. 나라 망치는 반풍수짓을 당장 그만 두기 바란다.
김 영 명 한글문화연대 대표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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