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7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와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고1 이하)을 위주로 여러 과목을 아우르는 통합교과형 대신 심화선택과정(고2,3) 중심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좁지만 깊이 있는' 준비가 요구된다. 특히 외국어(영어)는 어휘 출제범위가 기존 고1 수준에서 심화선택과정 수준으로 확대되고 지문도 길어져 예년보다 어려워질 전망이다.출제 기본방향
언어와 외국어 영역은 여러 교과가 관련된 소재를 활용하거나 한 교과 안에서 여러 단원이 관련된 소재를 활용한 문제를 출제한다. 수리와 사회·과학·직업탐구, 제2외국어 영역은 개별교과의 특성을 바탕으로 사고력 중심의 문항을 출제한다. 특히 단순 암기에 의존하는 평가를 지양하고 주어진 상황을 통한 문제 해결력과 분석력을 중점 측정한다.
문항형태는 5지 선다형으로 하되 수리는 단답형 문항이 30% 포함된다. 문항당 배점은 언어 외국어 1∼3점, 수리는 2∼4점, 사회·과학·직업탐구 2, 3점, 제2외국어·한문은 1, 2점으로 하되 문항 중요도와 난이도, 소요시간, 변별력 등을 고려해 차등 배점한다. 특히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학습내용은 기존 수능시험에 나왔더라도 반복 출제가 가능하다.
영역별 출제원칙
언어 영역은 사실적 사고, 추론적 사고,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등 고등 사고력을 측정하는 데 역점을 두되 어휘와 어법 관련 내용도 출제한다. 수리는 수리 '가'형 선택과목 문항은 수학I·II의 내용과 통합 출제할 수 있으며, 단답형 출제비율이 지난해 20%(6문항)에서 30%(9문항)로 늘었다. 외국어는 출제범위를 공통영어 수준에서 심화선택과정으로 확대하며, 지문의 길이를 다소 늘리고 어휘 및 문법 문항도 늘릴 방침이다.
사회탐구는 교과서 내용에만 치우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과 시사성 있는 교과서 이외의 소재 및 내용도 포함한다. 과학탐구는 종합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단원간 통합문항의 출제를 권장하고 해당과목의 전 범위에 걸쳐 고르게 출제한다. 직업탐구는 동일계열 대학 진학에 대비해 해당 과목과 관련된 기본개념 등에 대한 지식과 탐구력을 골고루 측정한다. 제2외국어는 문법 중심의 측정을 지양하고 생활 외국어 측면이 강조된 문항을 출제하며, 한문은 한자와 한자어의 이해 및 적용능력, 한문의 독해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출제한다.
채점 및 성적 통지
성적통지표에 표준점수와 백분위는 소수 첫째자리에서 반올림한 정수로 표기되고 영역·과목별 등급도 지난해와 같이 9등급제를 유지한다. 성적통지표는 12월14일 시·도 교육청 또는 출신 고교를 통해 수험생에게 건네진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 올해 달라진 점
올해 수능시험은 제7차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돼 대학별 전형방식은 물론 수능시험 자체도 예년과 많이 달라졌다.
우선 인문 자연 예·체능 등 계열구분이 사라지고 대신 수능이 '선택형'으로 바뀌었다. 실업계고 출신을 위한 직업탐구가 새로 도입되고, 한문과 아랍어가 기존 제2외국어(7개)와 함께 5교시 선택과목으로 신설된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또 수리영역은 '가'형과 '나'형을 선택해 응시하되, '가'형의 경우 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순열과 조합, 그래프이론 등) 중 1과목을 골라야 한다. 사회탐구는 11과목 중 최대 4과목을, 과학탐구는 8과목 중 최대 4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나, 직업탐구는 실업계열의 전문교과를 82단위 이상 이수해야 응시할 수 있다.
수능성적표에는 변환표준점수 등이 사라지고 응시한 영역과 선택과목명, 영역 및 선택과목별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만이 정수 형태로 표기된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이 표준점수를 쓰느냐, 백분위를 쓰느냐, 또 표준점수를 어떤 형식으로 가공해 활용하느냐에 따라 수험생의 희비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영역 및 선택과목의 문항수와 배점도 달라졌다. 언어영역은 60문항 100점, 수리영역은 30문항 100점, 외국어 영역은 50문항 100점, 사회·과학·직업탐구 영역은 과목 당 20문항 50점, 제2외국어·한문은 과목 당 30문항 50점 만점이다.
탐구영역의 경우 과목별로 시험지를 따로따로 인쇄, 30분마다 한 과목만 풀도록 한 뒤 2분 단위로 문제지를 회수하기로 해 전체 시험시간이 120분에서 126분으로 늘어났다. 이는 4과목을 모두 선택한 뒤 실제로는 2∼3개 과목만 골라 집중적으로 매달리는 편법을 막기 위한 것이다. 또 시험실 당 수험생을 32명 이하로 제한해 수험생간 간격을 적절히 유지하고 감독관 2명(탐구영역은 3명)을 매 교시별로 교체함으로써 부정행위 가능성도 최소화했다.
문제 출제 때 검토위원의 의견이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이견을 제기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출제 오류 및 정답 시비를 막기 위해 수능시험이 끝난 뒤 5일간 홈페이지 팩스 우편 방문 등을 통해 이의를 접수, 10일 내에 처리하되 단순사안 및 중요사안으로 나눠 필요하면 권위 있는 해당 분야 학회로부터 자문을 받도록 했다.
/김영화기자
■주요대학 수능 적용 방식은… "언어·외국어·수리+탐구" 형식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은 올해 수능에서 언어 외국어 수리영역에 탐구영역을 반영하는 '3+1' 형식을 많이 활용한다. 또 표준점수 적용방식은 같은 백분위의 학생들에게 동일한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 널리 적용될 전망이다.
서울대 인문계는 언어 외국어 수리와 탐구, 제2외국어·한문 등 5개 영역을 모두 반영하고 자연계는 제2외국어·한문을 제외한 4개 영역을 반영한다. 인문계는 제2외국어·한문(20점)을 제외한 4개 영역을 각각 100점씩 반영한다. 자연계는 수리영역에 120점을 반영하며 나머지 3개 영역은 100점씩 반영한다. 언어 외국어 수리영역은 각 표준점수에 <모집단위의 해당영역 반영점수 200> 를 곱해 산출하며 탐구영역은 같은 백분위의 학생들에게 동일 점수를 부여한다. 모집단위의>
연세대 인문·자연계 모두 4개 영역씩 반영한다. 인문·사회계는 언어 수리(나형) 외국어와 함께 사탐에서 4과목을 자유선택으로 치러 그 합계를 반영하고, 이·공학계는 언어 수리(가형) 외국어에 과탐 4과목을 치른다. 인문·사회계는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 모두 200점씩 반영하며 자연계는 언어 외국어 200점, 수리와 과탐을 300점씩 반영하되 400점으로 환산해 평가한다.
고려대 정시모집에서 인문·자연계 모두 4개 영역씩 반영하며 사탐·과탐에서 자유선택으로 3과목만 고르면 된다. 단 인문계는 제2외국어·한문도 반영되며 수리는 자연계의 경우 '가'형을, 인문계는 '나'형을 본다. 표준점수는 같은 백분위의 학생들에게 동일 점수를 적용하는 방법을 적극 고려 중이다.
이화여대 인문·사회계열 대부분이 언어 수리(가/나형) 외국어에 사탐·과탐을 반영하는 '3+1' 방식. 자연계열은 수리(가형) 과탐이 필수이고 언어 외국어 중 하나를 택하는 '2+1' 방식이다. 수학교육과는 수리(가형)에, 과학교육과는 과탐에 각각 가중치를 둔다. 탐구영역은 같은 백분위 학생에게 동일 점수를 부여한다.
한양대 정시모집에서 인문계는 언어 외국어 수리(가 또는 나) 사탐·과탐(3개 과목 선택), 자연계는 외국어 수리(가형) 과탐(3개 과목 선택)을 반영한다. 예·체능계는 선택과목을 1개만 고르면 된다. 수능성적은 표준점수를 반영하되 탐구영역은 백분위를 기준으로 한다. 어문학계열은 제2외국어·한문에 2%의 가중치를 둔다.
경희대 서울캠퍼스 의학계열은 수능을 최저학력기준(2개 영역 1등급 이내)으로 활용하며, 영역별로 수리(가형) 외국어 과탐을 반영한다. 인문·예능계는 수리를 뺀 3개 영역을, 자연계는 수리 외국어 사탐·과탐을 각각 반영한다.
중앙대 정시모집에서 인문 예·체능 계열은 언어 외국어 사탐을, 자연계열은 수리(가형) 외국어 과탐을 반영하는 '2+1' 방식을 채택했다. 단 정경계열과 경영학부는 수리 '나'형까지 반영한 '3+1' 방식이다. 탐구영역은 최고점 3과목만 반영하나, 의학부는 생물II 또는 화학III를 반드시 응시해야 한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 정강정 교육평가원장 일문일답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정강정(사진) 원장은 31일 "올해 수능시험은 교과서를 기본으로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하고 EBS 수능강의를 통해 보충을 하면 무난히 풀 수 있도록 출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택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작용하지 않도록 과목간 체감 난이도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BS 수능강의에서 많이 출제되나.
"출제 비율을 밝히긴 곤란하다. 출제위원이 동영상 비디오를 보면서 문제를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교재 내용을 그대로 베낄 수도 없다. 다만 교재 제작 등 기획단계에서부터 EBS와 긴밀히 협력해 수능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검증된 수능강의 교재는 출제위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 좋은 교육의 기본은 학교 교육인 만큼 교과서 위주로 출제하되, 수능강의 내용을 보충적으로 반영한다고 보면 된다."
―지난해보다 쉽게 나오나.
"출제 범위가 심화선택과목 중심으로 정해져 시험이 어려울 것으로 걱정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가급적 수험생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게 평가원 방침이다. 난이도는 수능체제가 바뀐 만큼 단순 비교는 곤란하며, 언어 외국어(영어) 수리 영역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 특히 제2외국어와 탐구 영역은 원점수 없이 표준점수만 표기하더라도 난이도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통합교과적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
"언어와 외국어는 문제 해결력, 사고력을 측정하는 데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과거에도 범교과적인 문제가 주로 출제됐다. 선택과목은 학교수업을 통해 개별 교과만 열심히 익히면 풀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관심이 있는 몇 개 과목만 선택해도 되기 때문에 공부할 양도 많이 줄었다."
/고재학기자
■ EBS강의 어떻게 반영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1일 시행되는 교육방송(EBS)의 수능강의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 만큼 수능시험에 반영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수능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신중한 반응이다. 정강정 원장은 당초 "교육 문제는 교육의 원리로 풀어야 한다"면서 특정 교재에서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원칙론을 내세웠다. 그는 "교재 내용을 그대로 출제하기는 힘들며, 수능 출제 때 출제위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EBS 교재를 다른 시중 참고서들과 함께 제공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가원은 뒤늦게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EBS 수능강의를 적절히 학습한 수험생들이 2005학년도 수능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교육부와 평가원, EBS가 수능시험 때까지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가원의 소극적인 자세가 전국적인 관심사로 등장한 EBS 수능강의 출범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는 교육부의 우려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평가원 연구관리처 이근님 부장은 "EBS 강의 교재가 제7차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지 검토작업을 진행, 지금까지 20여권의 교재 검토를 완료한 상황"이라며 "검증된 EBS 교재는 출제위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수능시험 출제가 이뤄지는 1개월간의 합숙기간 중 출제위원들이 교과서, 각종 참고서와 함께 EBS 교재를 갖고 들어가 출제에 반영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확한 반영 비율은 미정이다. 정 원장은 "수능강의 내용 중 일정 비율을 반영하도록 지침을 만들거나 그런 지침을 내려보낼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입장은 보다 적극적이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EBS 수능강의는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정책적인 목표에 따라 시행되는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수능시험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현재 평가원과 EBS를 중심으로 구성된 실무협의회가 강의내용을 어떻게 변화시켜 문제로 출제할지, 출제비율을 어느 정도로 할지 등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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