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때문에 머리에서 쥐가 날 정도다.""조금 더 괴롭히지 못해 아쉽지만 우승 축하한다. 그렇지만 내년 시즌에는 각오해라."
올 시즌 내내 화제를 뿌렸던 40년 지기인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과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축하 인사를 주고 받으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사실, 신 감독의 농담 속에는 마음고생이 그대로 담겨있다. 7연패를 달려온 삼성화재였지만 올해 우승은 어느 때보다 힘겨웠다. 6차까지의 투어 대회를 모두 휩쓸고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지만 김세진 신진식 석진욱 등 주전 선수들의 부상에다, 연승 기록행진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컸다.
특히 17년간 사제 관계로 지내온 신영철 코치가 시즌도중 LG화재 감독으로 옮기는 바람에 혈압이 올라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잡은 뒤 치고 올라오는 김호철 감독의 압박은 더욱 신경이 쓰였다. 결국 "반드시 한 번은 꺾겠다"고 공언해온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에게 연승행진이 저지됐다.
하지만 신 감독은 어려움을 모두 이겨냈다. "77연승이 깨졌을 때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고참들과 부상 선수들이 고생해준 덕에 8연패를 이룰 수 있었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신 감독은 이어 "김 감독과 대결하니 앞으로 배구가 더욱 재미있어져 좋고, 간단치 않은 친구와 겨루게 돼 더욱 좋다"며 "그러나 체력을 충분히 비축하고 준비할 것인 만큼 내년 시즌에는 김 감독이 오히려 더 힘들 것"이라고 9연패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부임 4개월만에 "4강 진출도 힘들다"는 팀을 결승에 올려놓은 김호철 감독은 "현재 삼성화재는 우리가 120%의 실력을 발휘해야 이길 수 있는 팀"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삼성을 꺾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