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순간의 중심에 선 느낌입니다. 밤잠을 조금 설쳤지만 안전운행은 책임지겠습니다."1일 오전 5시5분 부산역. '꿈의 고속철(KTX)' 첫 열차의 운전대를 잡은 양세우(43·부산 사상구 모라동) 송하복(39·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기관사는 설레는 가슴을 안고 서울을 향해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열차 출발 후 서로에게 고속철 1호 운행을 축하해줄 무렵 열차는 이미 쏜살같이 부산을 벗어나고 있었다.
열차 운행 경력과 실력을 높이 평가받아 이날 운전대에 앉은 두 기관사는 과거사도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제주와 전남 고흥 출신의 양씨와 송씨는 모두 고교 때 처음으로 기차를 본 후 기관사의 꿈을 꾸기 시작했고, 서울 수도경비사령부(현 수방사)에 근무한 경력도 똑같다. 84년 부기관사로 첫 발령을 받은 대구에서 처음 만나 함께 근무하는 등 20년을 서로 독려하고 위로하며 기관사의 길을 걸어왔다.
가장 눈에 띄는 공통점은 무사고라는 점. 양씨는 1987년 부기관사에서 기관사로 올라서 17년째 열차운행의 총책임을 지고 운전대를 잡았지만 68만㎞ 열차 무사고 기록을 갖고 있을 만큼 기관사중에서도 베테랑이다. 고교 수학 여행 때 난생 처음 기차를 보고 '아! 저거다'라며 기관사를 꿈꿔온 양씨는 '제주도 출신 1호 기관사'라는 이색 기록에다 지난 2000년 KTX 1기 기관사 23명중 한명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전국을 2시간대로 재편하는 데 미력하나마 도움이 돼서 자랑스러워요." 이날 새벽 4시에 출근한 양씨는 운전대를 잡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송 기관사도 12년 기관사 생활을 하면서 50만㎞ 무사고 운행을 기록한 '프로'다.
송씨는 "1년 6개월여의 고속철 기관사 훈련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안전운행을 자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술로 개발되는 시속 350㎞대 G7열차가 탄생하게 되면 그때도 운전대를 잡아 보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나라도 그렇게 시원스럽게 달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KTX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더욱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크게 다가옵니다."
1일 오전 5시5분 부산발 서울행 KTX 첫차에 승차한 고송화(23·여) 승무원도 설레고 떨리기는 마찬가지. 올 초 KTX 여승무원 선발 시험에 응시, 1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지만 역시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힘들기만 하다.
고씨는 "막상 고속철도를 접해보니 객차 시설이나 장비 등 생소한 것들이 많은 데다 새로운 서비스를 처음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며 "승객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KTX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5시30분 부산으로 가는 서울발 첫 KTX에 승차한 송유정(24)씨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송씨는 "지난 1개월여 간 강훈련을 받았지만 첫 승무이다 보니 너무 떨린다"며 "고속철도시대를 처음 열어간다는 자부심으로 떨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의 KTX 여승무원이 될 때만이 최고의 KTX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고객들을 모시겠습니다." 서울 용산역에서 목포로 가는 첫 KTX에 승차한 강유선(26)씨도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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