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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기관사 "터널 증후군" 지날때마다 "번쩍 번쩍" "웅웅"… 눈·귀 고통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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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기관사 "터널 증후군" 지날때마다 "번쩍 번쩍" "웅웅"… 눈·귀 고통호소

입력
2004.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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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열차 기관사들이 잦은 터널통과에 따른 시력과 청력 장애를 호소, 철도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31일 철도청과 고속철도 노조 등에 따르면 고속열차 기관사 상당수가 시력 장애와 이명 등 청력 이상 증상을 보여 철도청이 26일 집단 정밀검진을 시작했다. 노조 승무지부 관계자는 "터널을 자주 지나 시력과 청력이 상당히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경부선은 10여분 간격으로 터널을 드나들어야 해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경부선의 경우 터널(78개)구간의 비율이 전체의 약 46%로 일본 신칸센(14%)이나 스페인 고속철도(8%)에 비해 월등이 높다. 우리나라가 고속철도를 도입한 프랑스의 경우 아예 터널이 없다.

3개월가량 고속열차를 시운전해 온 한 기관사는 "갑자기 햇빛이 나오고 사라지는 상황이 반복돼 적응이 어렵다"며 "선글라스를 끼고 벗기는 해도 큰 도움은 못 된다"고 호소했다. 기관사 가운데 상당수는 안구건조증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들은 터널 내에서 동공이 활짝 열린 상태로 강한 햇빛과 자외선에 노출되는 현상이 이어지면 백내장이나 망막변상 등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력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사들에 따르면 터널 내에서는 엄청난 소음으로 귀가 멍해져 옆 사람과 대화도 못할 정도이다. 한 기관사는 "운행을 마치고 나면 한동안 귀가 윙윙거려 작은 소리는 잘 듣지 못한다"며 "초기라 운전 자체도 긴장이 되는 데다 눈·귀도 금방 지쳐 피로가 일반열차보다 훨씬 심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철도청은 26일부터 기관사 209명 전원에게 지정병원에서 시력과 망막검사, 초점조절기능 검사 등 정밀 검진을 받도록 했다. 진료를 맡고 있는 필동 중앙대병원 조호균 안과과장은 "반복적인 눈부심이 일시적 시각장애에 그치지 않고 기질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며 "일정 기간을 두고 추이를 살펴야 하는 만큼 결론이 나오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밝혔다. 철도청은 진단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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