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방송 예정인 MBC의 현대사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79년 10월, 김재규는 왜 쏘았는가'(연출 장형원)가 총선정국과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79년 10월…'은 궁정동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김계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관련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총을 쏠 수밖에 없었던 까닭과 미국의 개입여부 등을 다룬다.제작진에 따르면 '79년 10월…'은 10·26 사태 25주년을 맞아 6개월여 전부터 기획· 제작된 것이고, 이미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이제는…' 제6탄으로 방송하겠다고 예고한 프로그램.
그러나 총선을 코 앞에 두고 3월 28일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병장'에서 박정희 정권의 베트남전 파병을 비판한데 이어 10·26 사태를 다루려 하자, 시청자들 사이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MBC 홈페이지에서도 사이버 설전이 벌어졌다. 김모씨는 "박근혜씨가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마당에 박 전 대통령의 부정적 모습을 부각하는 것은 '박근혜 효과'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이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고, 'MBC를 사랑하는 시청자'라고 밝힌 이모씨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말고, 선거 후로 방송을 미루라"고 주문했다. 반면 황모씨는 "지난해부터 기획된 것인데 '박근혜 바람' 차단용이라니, MBC가 박 대표 선출을 예언했다는 말인가. 음모론은 억지다"라고 반박했다. 장모씨는 "박 대표가 과거의 과오를 벗겠다고 한 마당에 자꾸 박 전 대통령과 연결시키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MBC 내부에서도 엉뚱한 오해와 파장을 우려해 방송시기 등을 고민했고 방송내용에 대해 변호사의 법적 자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 단계에서의 제목인 '79년 10월, 김재규는 왜 박정희를 쏘았는가'에서 '박정희를'을 뺀 것도 그런 고민의 결과라는 후문이다.
이 시리즈의 정길화 책임PD는 "오래 전에 기획된 것인데 음모라니 터무니 없다. 박 대표를 무조건 부친과 연결시켜 비판하는 '연좌제'식 발상이 문제이듯 이 프로그램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관리위원회나 방송위원회, 한나라당 등에서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는 만큼에 방송을 미룰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계획대로 방송을 하고 시청자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79년 10월…'은 제작진이 "김재규를 민주화합을 추구하고 개인의 양심을 지키고자 한 '경계인'으로 재조명한다"고 밝혀 내용을 두고도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계원 전 실장과 사건 이후 김재규와 정승화 육군참모 총장이 탄 차를 몬 운전기사 등의 증언을 토대로 10·26이 사전 계획된 것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일어났다는 것. 또 김재규로부터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제의 받았다는 김수환 추기경, 김재규의 손위 동서이자 당시 중정 주일공사였던 최세현씨의 증언 등을 통해 그가 내·외치 분리, 개헌을 통한 거국내각 구성 등 '민주화합' 방안을 마련했다고 소개한다. 글라이스틴 전 주한 미대사 등을 만나 이 사건의 미국 개입 또는 사전 인지 여부도 추적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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