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 망신, 또 망신이었다. 한국축구에 베트남, 오만의 망령이 되살아 났다.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31일 말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7조 2차전에서 FIFA랭킹 142위의 약체 몰디브에 시종 무기력한 졸전 끝에 0―0, 치욕적인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1승1무를 기록한 한국은 6월9일 베트남과 3차전을 갖는다.
투지도, 조직력도 실종됐다. 전술도 없었다. 코엘류 감독은 지난해 베트남에 0―1, 오만에 1―3으로 패한 데 이어 이날 또 다시 약체와의 졸전으로 경질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설기현(안더레흐트)―안정환(요코하마)―정경호(울산)를 스리톱으로 앞세운 한국은 볼 점유율에서는 크게 앞섰으나 내용면에선 답답했다. 코엘류 감독은 몰디브의 밀집수비를 측면 돌파를 통한 고공공격으로 풀어나갈 계획이었지만 측면 공격이 살아나지 못해 시종 어려운 경기를 해야 했다. 한국은 오히려 29분께 몰디브의 아사드에게 김태영이 발을 높이 드는 위험한 플레이를 펼치다 페널티지역 안에서 간접프리킥을 내줘 실점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상대의 슛이 수비를 맞고 무산됐지만 '오만의 망령'이 되살아날뻔한 순간이었다.
비록 설기현과 안정환의 콤비플레이가 2,3차례 매끄럽게 연결됐으나 옆그물을 때리는 등 위력이 없었다. 전반 종료직전에는 이을용의 왼발 프리킥이 상대 골키퍼 모하메드에게 걸리는 등 득점과는 거리가 멀었다. 심판들의 석연치 않은 판정이 있긴 했지만 주장 김태영(34) 등 한국 선수들은 지나치게 흥분, 불필요한 경고를 받는 등 자제력을 잃으며 스스로 경기를 망쳤다.
한국은 후반 송종국의 오른쪽 돌파가 살아나 몇 차례 찬스를 만들며 그물을 흔들었으나 모두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코엘류 감독은 17분께 김태영을 빼고 김대의를 투입해 변화를 꾀했으나 몰디브의 밀집수비와 지연 플레이에 휘말려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한국은 몰디브의 일자수비를 뚫지 못하고 10여 차례 이상 오프사이드트랩에 말려들었고 안정환은 지나치게 볼을 끌다 공격의 맥을 끊는 등 실망스런 플레이를 연출했다. 또 세트플레이를 집중 연마했다고 했으나 안정환 이관우 등의 프리킥은 모두 수비벽을 맞고 나오는 등 두뇌플레이가 부족했다.
경기직후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등 축구관련 사이트에는 "답답하다. 선수들의 플레이가 한심하다"는 내용의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아이디 gaddno1는 "두 번 실수는 용납이 안 된다"고 분노했고, 아이디 chihun는 "기회는 두 번 주었으면 됐다. 이번만은 코엘류 감독을 해임하는데 찬성할 수 밖에 없다"는 비난의 글들이 줄을 이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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