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나무들은 가을에 빨갛거나 노랗게 단풍을 들인 후 곧 낙엽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하루도 쉬지 않고 북풍이 몰아치는 저 설악의 북면(北面) 산에도 겨울이 다 가고 봄이 올 때까지 제 몸의 마른 잎을 그대로 붙이고 선 나무들이 있다.집 뒷길 산책로에 나서면 매화는 이미 오래 전에 피었고, 그 뒤를 이어 산수유가 피고 목련이 피고 살구꽃과 복숭아꽃이 피었다. 그런데 그 한켠에 아직도 지난 가을의 마른 잎을 그대로 몸에 달고 선 나무가 보인다. 물론 몸에 달고 있는 잎보다 떨어뜨린 잎이 더 많겠지만, 지금 달고 있는 잎만으로도 충분히 옷을 이룰 양이 된다.
그 나무가 바로 참나무거나 상수리나무 도토리나무다. 한가지 놀라운 것은 저 상수리나무와 도토리나무들은 가을에 산 위에서 들을 바라보고 섰다가 들판에 풍년이 들면 조금 열매를 맺고 흉년이 들면 그 해 식량이 귀한 산식구 들식구들을 생각해 많이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물론 학술적으로 보고된 내용은 아니다. 몇 년 전 강원도 정선에서 어느 나이 많은 노인에게 들은 얘기다. 정말 기 막히지 않은가, 나무의 세상사랑이. 또 그걸 지켜본 노인의 얘기가.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