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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검찰의 물타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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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검찰의 물타기 의혹

입력
2004.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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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수부가 29일 밤 (주)부영 이중근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영장 청구는 공교롭게도 체포영장 사전보고 누락으로 인한 법무부-검찰 갈등이 부각된 시점에 이뤄졌다. 영장 청구의 전격성 탓에 30일자 신문들은 영장 청구를 법무부-검찰 갈등보다 크게 다뤘다. 그래서 검찰 주변에선 '국면전환용' '물타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고, 그 같은 의도가 사실이라면 검찰은 일단 성공한 셈이 됐다.이 회장 신병처리 방침은 2월에 정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검찰은 다른 기업인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처리를 미룬다고 했다. 그로부터 한달 뒤 입장이 바뀐 배경에 대해 검찰은 "수사상 필요 때문" "원래 구속 처리하려 했던 사안"이라고 답했다.

심증이 가는 물타기 사례는 지난해 8월11일 권노갑씨를 소환하지 않고 자택에서 긴급체포한 것이 대표적이다. 권씨 사건으로 자살한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 강압수사 논란은 묻히고 말았다. 대통령 측근비리의 신호탄격인 최도술씨의 소환을 통보한 지난해 10월7일 상황도 비슷했다. 중수부가 취재기자 통화내역까지 조회한 사실이 드러난 그날 검찰은 최씨 문제를 공개했다. 안상영 전 부산시장 자살후 전재용씨의 소환, 노무현 대통령의 '십수억 경선자금' 발언 논란 직후 박근혜 의원의 금품수수 확인 역시 함수관계를 의심받은 경우다.

그동안 언론은 부패비리 단죄라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대의 때문에 수사팀의 입장 번복이나 말 바꿈 등을 용인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교로운 상황이 반복되면서 과연 그 대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수사내용을 공개하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언론의 속성을 검찰이 이용하려 한다면 그것은 수사의 대의를 훼손하는 것 아닐까.

이태규 사회1부 기자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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