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하면 우선 생각나는 것이 소양강댐과 경춘가도인데, 두 곳은 모두 소양강과 연관돼 있다. 춘천은 호수와 강, 그리고 의암댐, 춘천댐 등 물에 둘러싸여 있는 도시여서 흔히 호반의 도시라고 불린다. 춘천 중심부엔 봉의산이, 소양강 쪽엔 너른 평야가 형성되어 있어 강원도가 산과 숲으로만 형성되어 있다는 상식과는 약간 다르다.이처럼 독특한 지형에서 나타난 숲 중의 하나는 춘천시 동면 지내3리의 소나무 숲이다. 지내3리는 이전에 양정리라 불렸는데 앞에는 소양강이, 뒤에는 야산이 있어 강바람을 막아주는 숲이 꼭 필요했다. 이런 자연 환경에 둘러싸여 있는 지내리의 소나무숲은 바람을 막는 방풍림의 역할과 강물의 범람을 막는 수구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지내리 소나무 숲의 면적은 2ha 정도지만 이전에는 훨씬 넓었다고 한다. 과거에 띠 모양으로 길게 서있던 소나무숲은 해방 전에 벌채로 일부 사라졌고, 소양강댐 축조를 위한 모래채취로 동쪽 부분의 숲도 많이 없어졌다. 소양강댐 축조 과정에서 소나무숲 뿐만이 아니라 마을의 일부도 사라졌다. 당시 30여호였던 가구는 13호만 남았으며 지금의 소나무숲도 모래채취가 부적합해 살아남은 것이다.
지내리 소나무숲은 강변에 자리잡고 있어 대부분 모래땅이다. 그런 만큼 소나무조차 자람이 좋지 않다. 대부분 줄기가 구불구불한데다 빽빽하게 심어져 있어 바깥에서 들여다보면 안이 보이지 않는다. 소나무의 가슴높이 직경은 20∼45㎝이고 나무높이는 12∼18m 정도로 멀리서 보면 소나무숲이 한 덩어리로 보인다. 그러나 강변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새벽녘의 안개 낀 소나무숲은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숲은 약 60년 전에 고(故) 지철환옹께서 인근 무암산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어린 소나무를 가족들과 함께 옮겨 심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당시 이 숲에는 큰 소나무가 약간 있었으나, 서쪽에 있는 여우 고개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요량으로 소나무를 일부 제거하고 큰 소나무 사이에 조림을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소나무 노령목을 찾아보기 힘든 상태이다. 땔감을 숲에서 구해 쓰던 시절 소나무 가지가 일부 채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무 자체는 마을 주민들에 의해 비교적 잘 관리됐다.
이 숲은 군부대 훈련에 이용되기도 하고 야유회나 소풍 장소로 여겨져 피해를 보기도 했다. 특히 20∼30년 전 봄과 가을에는 춘천 시내 초·중·고교에서 소풍을 많이 와서 마을 주민들이 숲을 보호하기 위하여 출입을 막기도 하였다. 사람들의 잦은 출입으로 인하여 숲 전체의 땅이 다져져 나무가 자라는데 많은 지장을 주었다. 또 숲 한가운데 음식점이 생기고 놀이터를 만든다며 소나무가 일부를 자라내기도 했다.
소나무숲에서 남쪽 방향 산기슭에 울음바위가 있는데, 이전에 산에 나무가 없을 때는 메아리가 잘 울려서 동네 어린이들이 메아리놀이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숲이 울창해 울음바위라는 이름만 남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내리 마을 주민의 숲 만들기와 숲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배상원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bae1144@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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