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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여행/봄을 안은 호수는 靜·中·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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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여행/봄을 안은 호수는 靜·中·動

입력
2004.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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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을 보면 봄이 왔음을 안다. 얼음이 녹은 후 바닥이 보일 정도로 투명하던 물은 점점 깊고 푸른 빛을 띤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플랑크톤의 번식이 활발해져 생기는 현상이다. 그러나 여행자들에게는 1년 중 가장 낭만적으로 다가오는 물빛이다. 호수로 봄 여행을 떠난다. 물가에 서 있는 버드나무가 연초록의 가지를 물 위에 드리우고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전남 장성호

장성댐은 9,000만톤 가까운 물을 담는 다목적댐으로 1976년에 준공됐다. 초창기에는 호남의 낚시꾼들에게 각광을 받았다. 이제 준공 30년이 다 돼가면서 장성 지역을 대표하는 종합 관광지가 됐다.

장성군이 관광지로 지정한 장성호의 으뜸 매력은 24㎞에 달하는 호숫가이다. 산책로를 조성해놓아 연인끼리, 가족끼리 산책하기에 좋다. 산책로 주변에 심어놓은 벚나무가 이제 막 피려 한다. 꽃이 만개하면 장성호는 하얀 띠를 두른 듯 장관을 이룬다.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잔디광장을 비롯해 야영장, 식수대, 전망대 등이 있다. 승용차 200대를 세울 수 있는 너른 주차장도 만들었다. 관리사무소 (061)394-7248.

장성군에는 장성호 외에도 매력적인 여행지 두 곳이 더 있다. 축령산 휴양림과 고찰 백양사이다. 축령산휴양림은 자연적인 숲이 아니라 개인이 직접 조림을 한 인공림이다. 1956년부터 1989년까지 34년간 조림을 했다. 삼나무와 낙엽송이 주조를 이룬다. 이제는 나무의 높이가 20m를 훌쩍 넘어 섰다. 숲을 따라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걷는 것이 좋다. 남한에서는 보기 드문 침엽수 삼림욕장이다.

백양사는 백제 무왕 33년(632년)에 지어진 절이다. 가을이면 붉은 단풍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린다. 요즘은 진달래, 개나리 등 봄꽃이 한창이다. 장성군청 문화관광과 (061)390-7224.

팔당호

흔히 '양평'이라고 하지만 팔당호와 남·북한강의 합수머리를 둘러싼 곳 전체를 지칭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 양평군, 남양주시, 광주시, 하남시가 포함된다. 가깝고, 다양하고, 편안하고, 맛있다.

두 줄기의 큰 물이 만나는 이 곳은 땅의 기운과 물의 기운이 용솟음치는 곳이다. 구석구석 그 의미를 담은 곳이 많다. 지금은 옛 길의 귀퉁이에 내몰려 있거나, 인적 드문 골짜기에서 쓸쓸함을 달래고 있다. 그냥 물가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그 구석을 뒤지는 여행도 의미가 있다.

다산 정약용의 고향이 이곳이다. 남양주시 조안면 마현마을이다. 고즈넉한 마을에 그의 생가가 있다. 여유당이라 불리는 생가는 홍수에 떠내려갔는데 1975년 본래의 모습대로 복원됐다. 생가 왼편 계단으로 오르면 그의 묘와 만난다. 명성에 걸맞지 않는 소박한 묘다. 멀리 팔당호를 바라보고 있다.

팔당호를 굽어볼 수 있는 산속의 명소가 있다. 운길산 중턱에 자리한 수종사이다. 승용차로 절 입구까지 갈 수 있지만 짧은 산행이 제격이다. 빠른 걸음이면 30분, 늦은 걸음으로는 1시간 정도 걸린다. 조선 세조가 인근에서 머물렀는데 밤새 기이한 종소리를 들었다. 종소리는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였고 그 옆 바위굴에는 16나한이 앉아있었다. 세조는 그 터에 절을 짓고 수종사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수종사에서 내려다 보는 팔당호의 풍광은 가히 일품이다. 특히 이른 아침이나 오후 어스름이 좋다. 물안개가 아침 햇살에 흩어지는 모습, 거대한 수면이 낙조의 붉은 빛을 머금고 있는 풍경에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주산지

경북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에 있는 오래된 못이다. 조선 숙종 때인 1720년에 착공해 1년 만에 완공한 인공 저수지이다. 한반도의 인공저수지 중 나이로 따질 때 다섯손가락 안에 꼽힌다. 저수지를 만든 이유는 농사를 짓기 위해서다. 아직도 주산지 아래의 농가들은 이 물로 농사를 짓는다. 사람의 노력과 정성을 하늘도 아는 듯 아무리 가물어도 지금까지 바닥을 드러낸 적은 한번도 없다.

그리 크지 않다. 가장 넓은 폭이 약 100m, 좁은 곳은 50m이다.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은 8m 정도. 주산지를 더욱 신비롭게 하는 것은 물 속에 드리워진 나무다. 왕버들 30여 그루가 물 속에 뿌리를 박고 있다. 나이가 많은 것은 저수지와 연배가 같다. 왕버들은 국내에 서식하는 20여종의 버드나무 중 가장 강인하다. 태어나자 마자 1년만에 잎을 무성하게 키워 다른 나무들을 압도한다. 그래서 버드나무의 왕이다.

물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나무는 묘한 정취를 풍긴다. 특히 자신의 모습을 잔잔한 수면 위에 비추면 마치 위 아래로 동시에 자라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주산지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았다. 사진작가나 화가 정도가 찾았을 뿐 일반 관광객의 발길은 뜸했다. 그러나 최근 청송의 명소로 부각됐다. 동승에서 청년 스님이 되기까지의 구도의 길을 담은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였던 덕분이다.

주산지는 여행의 메인 테마로는 조금 아쉽다. 30분이면 다 둘러본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매력적인 나들이다. 청송에는 아름다운 돌산 주왕산이 있고, 주왕산만 넘으면 동해의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영덕이 있다. 영덕은 복숭아로, 복사꽃으로 유명한 곳이다. 4월 중순이면 꽃이 터지기 시작한다.

다이내믹한 드라이브를 원한다면 주산지와 영덕을 잇는 914번 지방도로를 타면 된다. 우설령, 피나무재 등 가파른 고개를 연거푸 넘는 주왕산의 남쪽 도로로 포장된 우리 땅의 도로 중 가장 험하다.

//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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