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공개변론이 열린 헌법재판소는 변론 개시 40분전인 오후 1시20분께 변호인단과 국회 소추위원과 대리인들이 모습을 나타내면서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경철, 한승헌, 문재인, 박시환 변호사 등 노 대통령측 변호인단 11명과 국회법제사법위원장인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 임광규 변호사 등 소추위원측 대리인단 12명이 각각 1∼2분 간격으로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헌재 현관문을 통해 심판정으로 향했다.헌재 1층 대심판정 양쪽에 소추위원측과 변호인단이 자리를 잡은 가운데 오후 2시 정각 9명의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하면서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심판 변론이 시작됐다. 재판장인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은 사건번호 등을 낭독한 뒤 바로 "사건 피청구인인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을 연기합니다. 4월2일 금요일 오후 2시에 2차 변론을 열겠습니다"라고 공표했다.
소추위원인 김 위원장이 즉시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본안 변론을 할 수 없는데도 불구, 5분여 동안 탄핵의 당위성을 주장하다 윤 소장의 제지를 받자 "선거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재판 기일을 좀 늦춰 달라"고 요청한 뒤 발언을 끝냈다. 김 위원장은 발언 중간 노 대통령이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김 위원장 발언이 끝나자 노 대통령 변호인단인 하경철 변호사가 대표로 일어나 '소추위원의 피청구인 출석요구 신청에 대하여'라는 A4 용지 한 장짜리 문건을 읽어 내려갔다. 하 변호사는 "대통령이 출석하면 탄핵심판이 정치 공방의 장이 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 변호사는 재판부에 "신속하게 다음 기일을 잡아 준데 대해 감사드린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2차 변론기일이 2일로 굳어지는 듯하자 김 위원장은 다시 청구인석에서 일어나 재판 연기를 거듭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4월1일에 총선 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연기 사유를 밝혔지만 윤 소장은 한마디 대꾸 없이 "오늘 심리는 이걸로 마무리한다"고 말한 뒤 심판정을 나섰다. 재판 연기를 요청하는 소추위원의 마지막 발언에 대한 윤 소장의 반응은 입가에 잠시 떠올린 미소가 전부였다. 첫 공개변론이 종료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5분에 불과했다.
문재인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소추위원측 주장에 대해 "재판부가 아무 말 안했듯이 저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다"며 "국민이 그 이유를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추위원측은 재판 후 헌재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총선전 재판 불출석 검토 의사까지 밝히며 후폭풍을 예고했다.
한편 이날 헌재 주변은 오전 9시부터 일반인 56명에게 배부된 방청권을 받으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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