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 주말에 남이섬 다녀왔어요. 직장 동료와 함께였는데 남이섬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동안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답니다.우리 가족이 남이섬에 다녀온 지도 벌써 17년이 지났네요. 그 때도 노란 물감이 엎질러진 듯 개나리가 지천으로 만발하였고 목련꽃이 커다란 봉오리를 자랑하던 봄이었으니 아마도 이 무렵이 아니었나 싶네요. 병원에서 진찰 받으러 시골에서 올라오신 아버지를 모시고 남이섬에 한 번 다녀오기로 하고 형제들이 밤새워 밥을 말고 닭튀김을 주문해 도시락을 만들어 가지고 갔었잖아요?
아빠는 그 때 이미 신부전증이 깊어 한 달에 두 번을 병원에 가기 위해 저 멀리 전라도 해남에서 서울까지 오셔야 했던 환자셨어요. 남이섬이 좋다고 즐거워하시던 아빠는 흘러가는 강물을 마냥 바라보고 계셨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결혼 안 한 자식이 여럿인데 병이 생겨버린 착잡한 심사를 강물과 이야기하시지 않았나 싶어요. 오래간만에 가 본 남이섬은 많이 달라져 있더군요. 아름다운 섬 여기 저기를 둘러 보며 아빠를 느꼈어요. 저도 말없이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아빠와 말없는 대화를 했는데 들으셨지요?
벌써 아빠가 우리 곁을 떠나 긴 여행을 가신 지도 8년째네요. 학창 시절엔 너무나 구속만 하시던 아빠가 싫어서 반발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용기가 없어서 그나마도 못하던 제가 딸 아이가 점점 자랄수록 아빠를 이해하게 되고 저 역시 아빠와 똑같은 부모가 되어간답니다. 다른 게 있다면 마음으로 아버지께 수없이 말대꾸하던 저와는 달리 딸은 하고 싶은 말 다 한답니다.
엄마는 해남에 혼자 계셔요. 아빠가 오래 사셨더라면 두 분이서 이 딸, 저 딸네로 놀러 다니고 하셨을 텐데 외로우실 겁니다. 혼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더 그러실 테지요. 노부부가 다정하게 다니는 모습을 보면 부러워서 엄마 생각을 하게 돼요. 막내 결혼할 때는 온 가족이 울면서 아빠의 부재를 아쉬워했답니다. 하늘에서 우리 가족을 보고 계실 아빠! 오래간만에 아빠를 많이 생각할 수 있었던 지난 주말이 저는 좋았어요. 아빠가 계시는 그 곳에서는 우리를 볼 수 있을 테니 혹 저희한테 힘든 일이 생기면 도와주세요. 우리는 아빠를 볼 수 없지만 가슴으로는 느낄 수 있으니까요.
아빠!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사랑해요.
/luv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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