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고통이다. 뼈저린 후회, 뼈를 깎는 참회라고들 할 때 그 아픔은 뼈가 아니고는 비유될 것이 없다는 말이다. 이미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이든, 할 일을 하지 않은 데 대한 회한이든 잘못을 알고, 잘못 돼 있음을 깨달을 때 사람의 진정은 아프도록 만들어져 있다. '생각하면 무엇하나, 후회하면 무엇하나'라며 '모두 지난 일'이라고 웅얼대는 노래가 있지만 속 깊이 밀려드는 후회가 어찌 노래로 달래지겠는가. 후회는 자기 자신에게 내린 판결이라고 했다.■ 우리는 '엎질러 진 물'이라고 하고, 서양에선 '엎질러진 밀크'라고 지나간 일을 은유한다. 후회 해 봐야 소용없다는 뜻이라고 해도 세상사가 후회한다고 이미 늦은 것은 아니다(톨스토이). 후회하는 자는 이중으로 불행, 혹은 무능하고(스피노자), 벌써 될 대로 되어버렸다는 생각에 몸을 태우는 것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높이는 자기 견책이다(쇼펜하워). 그래서 후회는 최대한으로 이용해야 할 것이고, 깊이 후회한다는 것은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이다(헨리 D 소로). 후회는 그 사람이 장차 후회한 것을 삼가려는 결심을 할 때에만 진실한 것(탈무드)이지만, 만성적인 후회는 정신적으로 가장 해롭다(헉슬리).
■ 대통령 탄핵소추를 결행하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세상이 달라져 버렸다.그냥 바람이 아니라 광풍이 불고 있었다. 선거일이 코 앞에 왔는데, 선거구마다 판세가 뒤집어져 있다. 후회를 한들 맘대로 뒤집어서도 안 될 국사가 돼 있으니 탄핵소추를 철회한들 능사가 아니다. 탈당이다, 불출마다 소동이 벌어지고 두 야당의 선거를 여성이 끌고 가는 중이다. 그러나 정당의 후회는 아무래도 사람의 후회와는 달라야 한다. "심판은 달게 받고 결과를 두려워 해서는 안 된다." "꼿꼿이 서서 죽되 국민이 버리면 그 결정도 존중하자." 잘 된 것이든, 잘 못된 것이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야당 중진의 이 말들이 비장하기만 하다.
■ 하지만 다 맞는 말들이다. 정치는 결과로 말해야 하는 것이고, 돌아가고 싶다고 돌려 지지 않는다. 광풍이 분다고 엉뚱한 데서 온 게 아니니 그 결과도 엄연한 실체이다. 헌법재판소 결정과 총선 결과가 바로 존중돼야 할 그 실체들이다. 다만 남는 한 가지는 어떤 결과가 나온들 후회가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에 후회가 예비돼 있는 셈이라면, 그 것만은 알고 있어야겠다. 후회 않을 결정을 해야 할 4월 15일이 다가온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