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시선이 3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담에 쏠려있다. 만약 전세계 원유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OPEC이 4월부터 하루 100만 배럴을 감산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할 경우 유가폭등이 불가피, 제3차 오일쇼크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OPEC은 지난달 10일 "석유생산량이 수요를 초과하고 비축량도 충분해 하루 생산량을 4월1일부터 100만 배럴 낮춘 2,350만 배럴로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 후 국제유가는 13일에 13년 만의 최고치인 배럴당 38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은 "OPEC의 감산결정은 80년대 중반 이후 최대의 유가급등을 불러올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면서 OPEC 회원국들을 설득하고 있다.
11개 OPEC 회원국 가운데 감산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세계 최대의 원유생산국 사우디아라비아와 반미 정권이 집권 중인 베네수엘라이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상당수의 OPEC회원국들은 국내 경기불황을 만회하려는 의도에서, 베네수엘라는 외채상환을 위해 유가 상승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알리 알 누아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30일 "현재 시장에 충분한 석유가 공급되고 있다"면서 "감산결정은 이미 실행되고 있다"고 못박았다. 푸르노모 유스기안토로 OPEC의장도 "회원국들은 3개월 안에 원유공급이 초과돼 유가가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OPEC이 시장의 요구와 적당한 선에서 타협, 감산결정을 연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OPEC이 지난해 하루 90만배럴 정도가 비축됐다는 수치를 제시했으나 실제 비축량은 하루 10만배럴에 불과했다면서 감산결정의 무모함을 지적하고 있다. OPEC 회원국 쿠웨이트는 "현재의 고유가가 유지된다면 6월까지 감산결정을 유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 동안 OPEC의 결정에 동참해왔던 비회원국 멕시코도 OPEC의 감산결정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0일 미국시장에서 OPEC회원국과 경쟁관계인 멕시코가 감산에 반대할 경우 OPEC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앙골라 오만 노르웨이 등도 미국의 보복을 우려, 감산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도 감산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9일 뉴욕 원유시장에서 5월 인도분은 배럴당 28센트 떨어진 35.45달러에 가격이 형성됐으며 북해산 브렌트유도 25센트 내려간 31.74달러로 마감됐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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