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총선 후보등록을 불과 하루 앞둔 30일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극심한 내분에 빠졌다. 28일 추미애 의원의 선대위원장직 수락으로 갈등 봉합에 나선 지 불과 이틀만이다. 추 위원장측의 개혁공천 강행으로 일격을 당한 조순형 대표측이 비대위 구성으로 맞서며 사실상 추 위원장의 권한을 박탈하고 추 위원장 출당까지 거론하는 등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의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끝내 2차 분당을 피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명분은 일단 추 위원장측이 선점한 듯하지만 조 대표는 법적 당권과 당내 세 분포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어 누가 과연 최후 승자가 될지는 점치기 어려운 상태다. 이번 충돌은 조 대표를 지원하고 있는 구주류와, 추 위원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소장파가 벼랑 끝에서 노선·세 대결을 벌이는 것이어서 접점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
秋의 선제공격
당초 선대위 출범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던 민주당이 다시 자중지란에 빠진 것은 이날 오후 4시께 당 주변에 박상천 전 대표 등 중진 4명의 공천 취소설이 돌면서부터. 추 위원장측은 일단 "사실이 아니다"고 연막을 쳤지만, 조 대표가 오후 6시께 이승희 대변인을 통해 '공천 취소 불가' 입장을 밝히고 공천장 교부를 지시하자 곧바로 장전형 수석부대변인을 통해 공천 취소를 공식화했다. 이어 유용태 원내대표측 인사 수십명이 몰려와 당사 4층 조직국을 점거했고 이 과정에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 대표측이 내놓은 대항 카드는 비대위 구성. 조 대표는 오후 7시께 또다시 이 대변인을 통해 비대위 구성방안을 내놓으며 당무 복귀를 도모했고 구주류 중심의 비대위원들 사이에선 추 위원장 출당 얘기까지 나왔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박상천 전 대표는 "일부 지역 공천을 취소한 것은 결국 우리당을 밀겠다는 것이고 당 해체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30여분쯤 뒤 이번에는 추 위원장이 보도자료를 통해 "선대위가 공천 후보 재심 기능을 갖는 한편 조 대표는 비대위를 구성하지 않고 대구 선거에 전념키로 했다"는 내용의 28일 조·추 합의사항을 전격 공개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여기에 지역구인 무안·신안에 내려가 있던 한화갑 전 대표도 전화를 통해 "추 위원장 중심으로 선거에 매진하자"는 입장을 밝히는 등 추 위원장 지원에 나서 조·추 대결은 당내 주요세력간 다툼으로 비화했다.
趙의 비대위 반격
그러나 조 대표측은 31일 0시20분까지 진행된 비대위 심야회의에서 대표 직인을 가져간 추 위원장 계열의 송모 총무국장을 교체하고 사무총장을 전격 임명하는 등 당무 장악을 꾀했다. 비대위는 비례대표 후보 선정까지 자임하는 등 선대위 '거세'도 시도했다. 이 대변인은 추 위원장의 조·추 합의사항 공개를 겨냥, "추 위원장은 선거사무만 맡기로 했고 조 대표는 대표로서의 권한을 행사키로 했었다"며 "조 대표는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추 위원장의 선대위원장직 수락 기자회견 내용을 듣고 당혹해했었다"고 전했다.
반면 추 위원장측의 장 수석부대변인은 "중앙위가 추 위원장을 추대하면서 선대위에 전권을 위임했기 때문에 공천 취소 등 선대위의 모든 결정은 유효하다"며 정면대응을 다짐했다. 또 "선관위에 당헌·당규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선대위가 전권을 갖는다는 답변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추 위원장은 이날 밤 시내 모처에서 장성민 선거기획단장 등과 만나 비대위의 결정에 대한 대응 방안과 비례대표 선정을 위한 심야회의를 계속했다.
이에 앞서 추 위원장은 이날 오전 조 대표를 만나 '개혁공천'을 통보했고, 조 대표는 "공천은 대표 권한이고 전권을 위임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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