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결코 관대하지 않았다. 법원은 30일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60)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면서 "반성과 다짐 없이 포용과 관용은 어렵다"고 밝혔다. 사회 일각에서 제기된 송씨 포용론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이대경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법원의 포용과 관용은 진지한 반성을 전제로 객관적 입장의 학문활동을 하겠다는 다짐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난해 9월 입국 이후 피고인의 행적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북한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 명예직인 점, 송씨가 처벌을 감수하고 자진 귀국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들로 참작했다.정치국 후보위원 유죄, 학술회의 주도 무죄
법원은 4개월 동안 12차례 열린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송씨의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여부' 문제에서 검찰에 승리를 안겨줬다. 재판부는 "김용순 북한 대남담당 비서 등으로부터 '송씨가 후보위원이라고 들었다'는 황장엽씨의 진술은 비록 전언이긴 하지만 황씨의 당시 북한내 지위와 대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송씨가 '김철수'라는 가명을 사용했다는 내용이 담긴 전 독일주재 북한 이익대표부 서기관 김경필씨의 '대북보고문' 디스켓에 대해서도 김씨가 디스켓 분실 직후 미국으로 망명한 점 등을 들어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송씨의 남북한 통일학술회의 주도 혐의 등에 대해서는 학술회의가 남한 주도로 당국과 사전조율을 거쳐 이뤄진 점 등을 감안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측은 "학술회의 주도 혐의는 무죄라면서 저술활동은 유죄라고 하고, 후보위원이 실권 없는 명예직이라고 인정하면서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적용한 것은 법원이 이중잣대를 들이댄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씨의 부인 정정희씨는 "이 사건은 국정원이 짠 각본에 따라 검찰로 넘겨졌다"며 "선고 전에 이미 수구 언론에 의해 결정됐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검찰도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에 비해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기대…침묵…그리고 탄식
이날 공판은 송씨 지지·반대 진영간 충돌을 우려, 경찰관 10여명이 법정에 입회한 채 1시간 동안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사건 성격상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는 만큼 결과가 불만스럽더라도 이해와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200여 방청석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 가운데 송씨 지지자들은 판결 초반 일부 무죄 사실이 선고되자 일말의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으나 점점 유죄로 흐르자 탄식과 함께 크게 술렁였다.
송씨는 선고 내내 담담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가 재판이 끝난 뒤 다시 구치소로 향했다. 부인 정씨가 송씨를 만나기 위해 뒤따라 갔다가 교도관들에 의해 저지되자 일부 방청객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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