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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현대 경영권 분쟁 玄회장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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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현대 경영권 분쟁 玄회장 승리

입력
2004.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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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압도적 표차로 KCC(금강고려화학)에 승리하면서 8개월여간의 경영권 분쟁을 마감하고, 현정은 회장이 그룹 지배권을 장악하게 됐다.현대엘리베이터는 30일 경기 이천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현 회장의 신임이사 선임안을 표결에 부쳐 출석 의결권수 321만7,709주 가운데 찬성 77.8%, 반대 22.2%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은 현대아산, 현대상선에 이어 현대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이사로 선임돼 명실상부한 총수로 그룹 경영권을 장악했다. KCC측 김문성 상무는 "주총 결과에 100% 승복하겠다"며 "더 이상 현대그룹 경영권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상무는 이어 "보유 중인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전량 매각하겠다"며 "현대상선 주식도 시장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시간을 갖고 처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현 회장, 그룹 장악력 가속화

현 회장은 남편 고 정몽헌 회장이 현대아산과 상선의 이사만 맡았던 데 비해 상선과 엘리베이터 이사회의장까지 맡아 확고한 그룹 지배력을 갖게 된다. 이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중간 지주회사격인 현대상선과 대북사업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현대아산을 직접 장악, 경영권 행사는 물론 정통성 계승의 명분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현 회장은 앞으로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한 그룹 재편작업을 서두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올해 초 그룹 경영전략팀(옛 구조조정본부)을 상선으로 흡수한데 이어 조만간 집무실도 적선동 현대상선 건물로 옮길 예정이다.

경영권 분쟁, 기업이미지에 타격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는 했지만 현대그룹은 잃은 것도 적지 않다. '왕자의 난'을 거치면서 계열사 5개의 미니그룹으로 전락한 현대는 대북송금사건에 이어 숙질간 경영권 분쟁으로 또 다시 기업 이미지를 흐렸다.

또 전 계열사들이 경영권 방어에 매달려야 했고 분쟁 과정에서 현대상선의 분식회계 의혹이 또 다시 불거져 타격을 받았다. 때문에 이번 승리를 두고 '상처뿐인 영광'이란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다만 소액주주를 포함한 주주중시 경영과, 투명경영 등의 의지를 다진 것은 긍정적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안정적 경영권 확보가 최대 과제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드러났듯 현 회장이 그룹을 지키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지분 확보가 최대 과제다. 현대그룹은 KCC가 매각하겠다고 밝힌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4.12%(공개매수 예정인 8.01% 포함)를 전량 사들여 50%이상의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이 적대적인 M& A에 휘말릴 경우 그룹이 사실상 넘어갈 위험이 크다고 보고 현대상선 지분도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현 회장은 주총 후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그룹은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통해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며 "투명·책임·주주중시경영을 바탕으로 기업 본연의 업무에 전념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패배한 KCC "상처 투성이"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은 현대그룹이나 KCC(금강고려화학) 모두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입혔지만 특히 패자인 KCC는 얻은 것보다 잃은 게 훨씬 많다.

한때 국내 재계 1위까지 올랐던 '현대'의 브랜드 가치를 등에 업고 '제2의 도약'을 꿈꾸던 희망이 좌절된 데다 기업이미지 추락과 금전적 손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KCC는 그 동안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확보를 위해 대주주가 회사 돈을 맘대로 쓴다는 비난을 감수해가면서까지 400억원이 훨씬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한때 주가가 크게 올라 470억원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봤지만 그 기쁨도 오래가지 못했다.

최근 주가가 급락하고 57만1,500주(8.01%)에 대해 주당 7만원씩 공개매수를 천명해놓은 상태여서 금전적인 손실이 무척 클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미지 손상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시숙이 조카며느리의 경영권을 빼앗으려고 한다'는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것은 가장 큰 손실이다.

특히 사업 연관성이 적은 현대그룹을 '정씨 일가 기업으로 지켜야 한다' 는 명분을 내세워 인수하려 한 것도 비판 받는 대목이다. 현대의 경영권 분쟁은 현금 동원력이 아무리 풍부하더라도 명분이 부족한 적대적 인수·합병(M& A)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선례를 남겼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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