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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선택 4·15 D―15/17대 총선 후보들 이념은…

입력
2004.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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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의 이념정향은 세대별로 큰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30·40대 와 50세 이상의 후보자들 사이에서 그 차이가 뚜렷하다. 이 같은 결과로 17대 국회에 등원할 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일지라도, 과거처럼 획일적인 의정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정당별 평균연령은 자민련이 54.2세로 가장 많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열린우리당이 각각 50.4세와 49.9세, 48.8세 순이다. 민주노동당 후보들은 41세로 가장 연령이 낮다. 한나라·민주·우리당이 사실상 같은 세대임에도 정책성향에 편차가 나타난 것은 여전히 정당 변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그러나 후보자들을 세대에 따라 분류해보면 거의 모든 이슈에서 정책성향의 뚜렷한 차이가 드러난다. 국가보안법의 폐지에 대해선 30, 40대가 50.6%로, 50세 이상 14.4%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지지를 나타냈다. 특히 주목할 것은 40대(44.4%)가 국보법의 현상유지를 가장 원하지 않는 세대라는 점이다. 386세대로 불리던 이들 40대가 민주화운동 주역이었을 당시에 국보법의 폐해를 가장 많이 경험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또 30, 40대 후보 중 대북경제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 58.9%에 달하는 반면에 50세 이상에서는 3명에 1명 꼴인 35.8%만이 지원 확대를 지지했다. 미군철수에 대해 30,40대 후보자들 가운데 73.8%가 철수에 찬성하고 있으나 50세 이상에서는 철수에 찬성하는 입장은 절반에 못 미치는 44.5%였다.

경제이념에서도 분배보다 성장을 중시하는 비율이 50세 이상(39.4%)과 젊은 세대(19.5%)가 20%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30,40대 후보들 중에서는 4명 중 3명꼴인 75.8%가 외국자본의 경제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호주제 철폐에 관해서도 50세 이상은 64%가 찬성한 반면, 30,40대에서는 절대다수인 89.3%가 찬성입장을 보였다. 새만금 개발에 대해서도 3,40대 후보 중에서는 15% 미만이 찬성을 하고 있지만 50세 이상에서는 찬성비율이 35%를 넘어섰다.

이밖에 출신지역과 선수 성별 등 변수를 도입해본 결과 이념성향에 거의 차이가 없었다. 정치신인인지 여부, 또는 영남출신인지, 호남출신인지 여부 보다는 세대차이가 앞으로 정치인의 정책성향을 좌우할 주요변수로 등장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가 당면과제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수준을 묻는 질문에 대해 후보자들은 각 정당의 후보들은 대체로 같은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응답후보 650명 가운데 68.3%가 '민주화의 과도기'라고 평가했고, 18.8%가 '미성숙 단계', 그리고 12.9%는 '성숙된 단계'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국가의 당면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놓고는 여야가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우리나라의 가장 시급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 야3당 후보들은 46.7%가 실업과 경기회복 등 경제문제를 꼽은 반면 정치부패를 언급한 응답은 3분의1인 14.8%에 그쳤다.

반면 우리당 후보들은 정치부패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는 비율이 38.9%로 경제문제 보다 더 우선시하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후보자들의 80.2%가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한나라당에서 31.7%에 달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12.6%, 민주당은 16.2%였다. 대선자금 수사는 아직도 한나라당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탄핵사태에 관해서 우리당 후보들은 98.4%가 야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45.3%)과 민주당(43.%) 후보들 가운데에선 여야 모두의 책임이라는 양비론이 많았다. 권력구조에 대한 견해는 우리당(91.6%)과 민주노동당(95.1%)의 절대다수가, 그리고 한나라당에서는 61.5%가 대통령제를 선호했다. 하지만 민주당후보들을 중심으로 책임총리제를 요구하는 후보(34.9%)도 적지 않아 관심을 끈다.

■외교·안보 분야

외교·안보문제에 있어 17대 총선에 출마할 후보자들의 이념성향은 상당히 진보적인 편으로 나타났다.

국가보안법 개폐여부를 묻는 질문에 현행유지는 9.4%에 그친 반면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90.6%(부분개정 56.2%, 전면폐지 34.4%)에 이르렀다. 한나라당 후보자 중에서도 현행유지 입장은 13%에 불과했다.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문제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축소해야 한다'고 답한 후보자는 9.8%에 그쳤다. 전체 응답자 중 48.4%가 확대를, 41.7%가 현행유지를 지지했다.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는 "진보와 중도보수적 성향의 응답자가 비슷했지만 이는 과거에 비해 자주외교를 지향하는 진보적 성향의 후보자가 많아졌다는 반증"이라고 분석했다.

소속 정당별로는 이념편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나라당, 자민련 후보자들의 보수적 견해와 열린우리당 후보의 진보적 견해는 뚜렷하게 대비됐다. 국가보안법 전면폐지에 동의하는 후보자들은 우리당이 43.1%였지만 한나라당은 5%였다. 이라크 파병문제에 있어서도 전투병 파병 찬성이 한나라당 41.6%, 우리당 12.1%였고 파병반대는 우리당 17.9%, 한나라당 3.7%로 차이를 보였다.

햇볕정책을 계승한다고 표방한 민주당 후보자들이 대북지원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민주당에서 대북지원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후보는 45.7%로 확대해야 한다는 후보 45.7%와 비율이 같았다. 축소해야 한다는 후보자도 8.6%나 됐다. 반면 한나라당은 확대 및 현행유지가 16.7% 대 64.7%, 열린우리당은 64.6% 대 35.4%였다.

민주노동당은 우리당과도 명확히 차이가 날 정도로 진보적이었다. 대북지원 확대에 97.1%, 국가보안법 전면폐지에 모든 후보가 찬성 입장을 보였다.

■경제 분야

경제영역에 있어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다른 당 후보자들은 대부분 신자유주의적 태도를 취해 차별화가 어려웠다. 다만 재벌개혁문제를 놓고는 정당에 따라 성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시장 개입의 필요를 묻는 질문에 대해 민노당을 제외한 4당 후보 가운데 절대다수인 84.9%의 후보가 '경제운영을 시장자율에 맡기되 제한적 정부개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시장개방문제에 있어서도 4당 후보자 중 85%가 점진적 개방을 가장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경제정책 목표로 실업문제해결과 기업의 구조조정 가운데 어떤 것을 우선시켜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민노당을 제외한 후보자 가운데 67.3%가 구조조정이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외교안보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보인 것과 달리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보수적 이념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재벌개혁문제에 있어서는 한나라당, 자민련과 열린우리당, 민주당이 강도의 차이를 보였다. 민노당 후보자 중 98.1%가 재벌개혁을 강력히 주장했고, 우리당(61.6%) 민주당(51.4%)에서는 과반수 이상이 재벌개혁이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각각 32.5%, 34.8%만이 재벌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에 동의해 강도가 낮은 차이를 보였다. 재벌개혁이 필요없거나, 별로 필요없다는 응답은 자민련 5.7% 민주당 5.6% 한나라당 1.9% 우리당 1.1% 민노당 1.0% 순이었다.

■ 조사를 마치고

5개 정당 총선 후보에 대한 설문조사는 17대 국회의 출범을 계기로 우리의 정치문화가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정당이 보스에 의해 일방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구성원들의 의사가 정강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뜻이다. 조사결과 각 정당 내부가 과거처럼 획일적이지 않고, 후보자의 연령이나 정치경험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상향식 공천제로 인해 총선후보들이 소신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당내구조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내민주화에 상당한 성과가 있다는 증거다.

16대 총선에서 시민단체가 주도해 정치권의 변화를 모색하였지만 그 결과는 실망스러운 것이다. 이러한 정치개혁의 실패는 대안적 정치세력을 만들어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견해를 가진 후보들이 등장하고 정당들의 차별성이 과거보다 두드러짐에 따라 유권자의 선택 폭은 넓어지게 됐다.

지역주의는 정당간의 정책경쟁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도 할 수 있다. 과거 권위주의체제에서 야당은 민주화 구호만을 내세우며 25년 이상을 지샜다. 민주주의 실현 외에 다른 정책을 개발할 능력도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1987년 6월 항쟁으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달성한 후 정당간의 차이가 없어짐으로써 지역주의가 득세했다. 그리고 다시 17년이 지나 17대 총선을 앞두고서야 정당들의 차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보다 후보자들은 진보적 성향을 보이며 정당 내에서도 세대에 따라 정책성향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커졌다. 이념갈등은 정치인들이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급격한 사회변동과 정치권의 세대교체에 따라 나타난다. 과거의 투표행태가 지역주의 정당이나 학연, 지연과 관련된 후보자 선택이었다면 이제는 다양성 속에서 정책평가를 통해 정당과 후보자를 선택할 여지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환경이나 외교안보 분야에서 정당들의 정책경쟁은 서구 민주국가에서 보편적인데 이제 한국정당체계도 그러한 세계화의 특성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탄핵정국 등 단기적이고 강한 선거이슈가 등장함으로써 정책이 투표선택에 미치는 효과는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유권자의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본다. 다만 다양성은 관용을 전제로 할 때 사회발전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가 타협하고 공존하는 대신, 경쟁 정당을 파괴하는 데 목적을 둔다면 이와 같은 다양성은 결국 정치 불안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많다. 정책적 차이는 목표의 차이가 아니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건전한 경쟁을 벌이면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제 3의 정책대안을 도출할 수 있는 타협의 정치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현 우 경희사이버대 교수(정치학)

■ 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는 3월15일 현재 한나라당과 민주당, 열린우리당, 자민련, 민주노동당 등 5개 주요정당의 17대 총선 지역공천자로 확정된 87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한국일보와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설문지를 작성한 뒤 3월17일부터 24일까지 각 후보자에게 인터넷과 팩스를 통해 이를 발송했고 75%인 653명분이 회수됐다. 조사대상 모든 정당에서 회수율이 70%를 넘었으며, 후보자의 지역별, 성별, 연령별로도 분포됐다.

후보자들의 정책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은 크게 경제와 사회, 외교안보분야로 나누었다. 경제분야에서는 정부의 개입정도와 시장개방, 외국자본제한정도 등 3개 지표에 대한 의견을 물어 신자유주의적 성향을 측정했고 사회분야에서는 사회보장제도 수준 및 호주제, 새만금개발, 고교평준화, 노사분규책임, 문화개방 등에 대한 질문으로 사회변화의 수용정도를 알아봤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북한지원과 보안법개폐, 미군철수, 이라크파병 등을 물었다.

<조사참여 전문가>

이갑윤(李甲允·53)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 예일대 정치학 박사,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원장

손호철(孫浩哲·52)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 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진보평론 공동대표

이현우(李賢雨·43) 경희사이버대 영미학과 교수, 미 노스캐롤라이나대 정치학 박사

전재호(全宰鎬·41)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서강대 정치학 박사

■ 가장 심각한 사회갈등은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 후보들은 다양한 의견을 표출했다. 먼저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후보들의 40.2%가 지역갈등을 첫번째로 꼽았다.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들은 각각 65.6%와 40.2%가 이념갈등을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후보들은 81%가 계층갈등을 꼽았다.

지역갈등의 원인에 대해서는 전체 후보자의 74.4%가 '정치권의 동원'을 가장 큰 원인으로 들며 정치권에 책임을 돌렸다. 특히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81.6%가 정치권 책임론을 지적했다. 경제적 불평등(16%)이나 지역민들 간의 감정적 편견(5.7%) 등은 정당별로 큰 차이없이 부차적인 원인으로 거론됐다.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선 정당을 불문하고 후보들이 대부분 급격한 해결보다는 사회경제여건을 고려한 점진적 개선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평준화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전체 후보의 70.8%가 '부분적인 입시자율화를 통한 개선'을 해결책으로 제시해 전면 입시자율화나, 특목고 도입을 선호한 응답을 압도했다. 다만 고교입시에서 경쟁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놓고는 자민련 33.3%, 민주당 13.5%, 한나라당 11.2%이 이를 지지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4.7%, 민주노동당 1% 등의 지지에 그쳐 스펙트럼을 달리했다.

사회보장에 대해서는 4개 주요정당 후보의 82.4%가 경제여건을 감안한 점차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노사분규의 책임이 노사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견해가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4개 정당 후보의 69.3%의 지지를 얻었다. 문화개방도 점진적 개방의견이 79.1%였다.

환경과 여성문제에서는 후보들이 진보적인 관점을 취했다. 전체의 57.8%가 대표적 환경이슈인 새만금 갯벌의 보존을 주장했고 자민련(41.4%)을 제외한 모든 정당 후보의 호주제 찬성률이 78.1%로 나타났다.

■ 무의미한 이념 양분법

그동안 정치이념 혹은 정책성향을 보수와 진보라는 단일 축을 이용해 설명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후보자들이 정책 분야마다 진보와 보수의 성향이 다르게 나타나 일차원적 진보-보수의 잣대로는 후보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제영역에서 정당들은 진보와 보수의 입장을 갖는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실제 조사에서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곤 경제적 진보성향이라고 주장하는 후보들도 정책적 입장은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사회문제에서는 정당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일관성도 높지 않으며 차이도 뚜렷하지 않다.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외교안보 분야로서 한미관계 및 대북관계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일관성 있는 차이를 보이며 민주노동당은 민족주의 관점에서 북한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또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후보자들이 자신을 주관적으로 평가한 바에 따르면 거의 모두가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후보자들에 대한 이념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정책분야별로 이념성향을 측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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