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호조에 힘입어 산업생산이 3년6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고, 내리막길을 걷던 민간소비가 12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경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러나 이는 윤달 등으로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데 따른 '착시현상'이며, 민간 건설수주가 2001년 5월 이후 33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은 작년 동월 대비 16.6% 늘어 2000년 8월 22.2%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는 수출이 초호황을 구가한데 따른 것으로, 2월 수출품 출하 증가율은 27.7%를 기록했다.
설비 투자도 2.1%가 늘어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83.5%까지 치솟아 1987년 10월(83.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명절 특수가 낀 1월에도 감소세를 나타냈던 도·소매 판매액은 작년 동월 대비 2.4%가 늘어 12개월만에 증가세로 반전되는 등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심리도 미약하나마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다. 생산·투자·소비가 고른 회복세를 보인 셈이다.
현재의 경기 국면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0.4를 기록, 11개월만에 평균 추세를 의미하는 100선을 넘었으며 앞으로의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3.5%로 지난해 8월 이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2월은 설 연휴 때문에 쉬는 날이 많았던 반면 올 2월은 29일까지 있어 조업일수가 늘어난 데다 소비가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일요일도 다섯번에 달했기 때문에 2월의 회복세는 단순한 '날짜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많다. 1∼2월 평균 민간소비가 0.1% 감소하고, 계절적인 요인을 제거한 계절조정 도소매판매가 오히려 전월에 비해 0.4% 줄어든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특히 수출 활황과 생산 증가가 정보통신, 철강, 화학, 자동차 등 일부 산업에 국한돼 있고 경공업 등 대부분의 내수 산업은 극도로 부진해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이 포함된 전자부품 및 영상음향통신 생산은 무려 55%가 늘었고 자동차(19.1%), 철강이 포함된 1차금속(15.1%) 등도 호황을 구가했지만, 가죽·신발(-14.2%), 의복·모피(-8.7%) 등은 크게 부진했다.
여기에 지난해 수출과 함께 우리나라 경기를 지탱해온 건설경기가 뚜렷한 냉각조짐을 보이고 있다. 건설수주가 1월(-14.3%)에 이어 2월도 23.9%로 2개월 연속 두자릿수의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했고, 특히 민간 건설수주는 2001년 5월(-41.9%) 이후 가장 큰 폭(-32.6%)으로 감소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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