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지루했던 터널에서 마침내 빠져 나온 것일까.'2001년 이후 길고 긴 침체의 늪에 빠졌던 세계 정보기술(IT) 경기가 올들어 반도체 특수에 힘입어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올 1·4분기 사상 최대인 4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IT 전문가들은 올해가 4∼5년 주기로 반복되는 IT 경기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 데이터퀘스트는 29일 올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461억9,500만 달러를 기록, 지난해의 333억1,200만 달러보다 38.7%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2008년까지 나온 연간 성장률 예상치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다. 데이터퀘스트는 메모리 시장 규모가 2005년 13% 늘어나서 2006년에 14.8% 감소한 뒤 2007년과 2008년에 다시 각각 20.7%, 2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반도체 가운데 가장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D램. 지난해 174억7,400만 달러를 기록했던 D램 시장은 올들어 PC 교체시기를 맞아 252만3,800만 달러로 치솟으며 44%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 휴대전화 가입자의 폭발적 증가와 PC 수요 급증 등으로 주요 기업들이 정보기술 관련 투자를 늘리는데 힘입어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이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데이터퀘스트 관계자는 "본격적인 PC 교체시기를 맞아 D램 시장이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플래시 메모리의 성장세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여 올해 IT 경기는 완연한 봄기운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IT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자 주요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세계 IT 업계는 3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분주한 곳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반도체 업계. 삼성전자는 기존보다 생산성이 2배 이상 늘어나는 300㎜ 웨이퍼 생산을 현재 월 3만장에서 올해 말에는 7만장 수준으로 늘리기로 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4분기에는 D램의 수요와 공급이 그나마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공급부족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동안 반도체 투자에 주춤했던 일본 업체도 300㎜ 웨이퍼 생산 라인을 갖추기 위해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후지쯔는 1,600억엔을 투입해 월 최대 1만3,000장의 300㎜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첨단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도시바도 4,000억엔을 투자해 월 1만2,500장의 300㎜ 웨이퍼를 가공할 수 있는 공장을 짓기로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PC에만 의존하던 반도체 시장이 디지털 가전 등으로 분야가 확대되고 있어 당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IT 경기 회복세를 맞아 주요 IT 기업끼리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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