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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데뷔 5년만에 메이저 나비스코 첫 우승/버디퀸, 여왕 연못에 점프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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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데뷔 5년만에 메이저 나비스코 첫 우승/버디퀸, 여왕 연못에 점프를 하다

입력
2004.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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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한국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 미션힐스골프장에서 LPGA 투어의 첫 메이저대회로 열린 크라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 최종라운드 마지막 18번홀. 그린을 둘러싼 구름 같은 갤러리들은 3번째 샷을 홀 옆 1.8m 옆에 붙인 박지은(25·나이키골프)의 마지막 퍼트를 숨죽여 지켜 보고 있었다. '버디퀸' 박지은에겐 자신의 골프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버디퍼트였다. 꿈에도 그리던 첫 메이저타이틀을 가슴에 품을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기회. 그러나 상황은 결코 유리하지 않았다.비장한 표정으로 라이를 읽는 박지은의 귓전에는 10m짜리 이글 퍼트를 성공시킨 뒤 타이거 우즈처럼 주먹을 허공에 날리며 "됐어, 됐어(Yes, Yes)"라고 외치던 후배 송아리(18·빈폴골프)의 기합소리가 맴돌고 있었다. 이 퍼트를 놓치면 연못 속에 뛰어드는 대신 연장전 승부의 안개 속에 먼저 몸을 던져야 한다는 불안감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박지은은 강했다. "무릎이며 팔이며 몸 전체가 떨리는" 숨막히는 압박감을 떨쳐내고 퍼터를 떠난 볼이 홀로 사라지는 순간 박지은은 두 팔을 치켜 들었다.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골프여왕' 박세리(27·CJ)가 양분하던 LPGA 투어 판도를 뒤바꿔놓을 만한 새로운 강자의 탄생을 예고하는 세리머니였다.

그는 늘 '준비된 메이저여왕'이었다. 그에게 메이저우승은 거저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오랜 기다림과 땀으로 빚어낸 결과였다. 미 아마추어 무대에서 55승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안고 2000년 투어에 뛰어든 박지은에게는 5년 만의 메이저 왕관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2000년 케이시아일랜드그린스닷컴클래식에서 생애 첫 승을 기록한 이후 박지은은 매년 1개 대회씩 우승컵을 차지하면서도 메이저타이틀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해 시즌 403개의 버디(버디부문 1위)를 잡아낼 만큼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대회 때마다 우승후보에 이름을 올려놓은 박지은으로서는 버디와 보기를 어지럽게 교차하는 '널뛰기 플레이'가 아킬레스건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약점인 샷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혹독한 동계훈련을 거친 박지은은 이번 대회 전부터 "연못에 뛰어들고 싶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을 만큼 자신감에 차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우승은 1차례에 그쳤지만 준우승 5번을 포함, 톱10에 19번이나 이름을 올려놓았고, 올 시즌에는 첫 2개 대회에서 공동 2위와 공동 3위에 오를 만큼 무서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시즌 첫 우승과 함께 개인 통산 5승을 메이저대회에서 거머쥔 박지은은 우승 상금 24만 달러를 받으면서 단숨에 상금 랭킹 1위와 올해의 선수 포인트 1위로 올라섰다. 바야흐로 박지은의 시대가 열렸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박지은 인터뷰/"우승 세리머니 약속 지켰다"

"당분간 오늘의 이 기쁜 순간을 간직하고 싶습니다."

29일(한국시각) 생애 첫 메이저타이틀을 따낸 박지은은 흥분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연못에 뛰어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돼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우승 소감은.

"실감이 안 난다. 후배들과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갔고 대부분 홀에서 느낌도 좋았고 퍼트도 괜찮았다. 마지막 홀 버디 퍼트 때는 떨렸지만 자신 있었다. 송아리가 특히 잘했다."

―3번 홀에서 보기를 하는 등 초반 다소 흔들렸는데.

"경기 초반에는 게임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지만 중반 이후에 좋아졌다. 9번홀부터 연속 4개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쉽게 후반을 마무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15번홀 드라이버 샷이 러프에 빠지고 세컨 샷도 나무에 걸려 위기였다.

"2온을 노려 볼을 띄우려다 나뭇가지에 맞고 10m앞에 떨어졌지만 다음 플레이만 생각했다."

―오피스디포 등 다음 대회 스케줄은.

"앞으로 경기는 당분간 신경쓰고 싶지 않다. 오늘 이 기쁨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랜초미라지=연합

■송아리·미셸 위 "다음엔 내가"

'LPGA 투어가 틴(Teen) 투어로 변했다.'

29일(한국시각) 끝난 첫 메이저 대회인 크라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의 결과를 놓고 외신들이 내린 평가다. 여기에는 전통과 권위의 메이저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슈퍼루키' 송아리(18·빈폴골프)와 '골프천재' 미셸 위(15·위성미) 등 거침없는 10대들의 눈부신 활약상에 대한 경이와 찬사가 담겨있다. 대회 관계자는 이들을 통해 LPGA 투어의 미래를 보았다고 전했다.

비록 최종일 격전을 통해 우승컵은 언니 박지은에게 빼앗겼지만 송아리와 미셸 위는 또 다른 승자로 남게 됐다. 박지은과 함께 챔피언조 대결을 벌인 송아리는 이날 마지막 순간까지 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명승부를 연출, 세계 골프팬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18번홀에서 210야드를 남겨놓고 7번 우드로 2온에 성공, 공동 선두로 올라서는 10m 이글퍼트를 홀에 떨어뜨린 뒤 포효하는 모습을 통해 송아리는 차세대 선두주자로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수많은 갤러리를 몰고 다니면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미셸 위도 '톱5'의 약속을 지키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뽐냈다. 미셸 위는 300야드를 넘나드는 특유의 장타에 정확도까지 가미한 데 이어 퍼트와 어프로치 샷 등 정교한 숏 게임 능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 이미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음을 입증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2벌타" 김미현 항의에 심판 취소 소동

○…막판 이글을 성공시키며 연장전을 기대했던 송아리는 박지은의 우승이 확정된 뒤 다정한 포옹을 통해 축하했지만 돌아서서는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그의 매니저가 전했다. 송아리는 이날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페어웨이와 퍼팅을 놓친 것이 아쉽다. 우승하고 싶었는데 많이 속상하다"며 미련을 좀처럼 버리지 못했다.

○…'슈퍼땅콩' 김미현(27·KTF)은 이날 마지막 라운드 17번홀(파3)에서 지연플레이로 2벌타가 부과돼 더블보기가 되자 심판들에게 강력히 항의, 벌타를 취소받았다. 동반 라운드를 펼친 도티 페퍼(미국)가 지연플레이라고 지적해 벌타가 부과됐던 김미현은 경기 후 비디오분석을 요청했고 결국 벌타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고 합계 5언더파 283타 7위로 톱10 진입에 성공하면서 상금 5만4,261달러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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