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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北은 핵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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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北은 핵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서라

입력
2004.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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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국사회과학원 초청으로 한·중 국제 학술 세미나에 다녀왔다. '북한 핵 문제와 동북아 안보 협력'을 주제로 하루 종일 열띤 토론을 벌였다. 몇 가지 소감을 피력하고자 한다.중국 측 관계자들의 발표와 토론 등을 종합해 볼 때 중국은 21세기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에 의한 세계 평화)의 새로운 국제질서와 부시 독트린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었다. 2차 대전 이후 냉전체제는 미국의 소련 봉쇄 정책에 따른 소련 붕괴로 해체된다. 이후 탈냉전 체제를 거치면서 걸프전, 코소보전, 그리고 2001년 9·11 테러 사태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치르면서 미국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주도적으로 형성해 가고 있다는 데 대해 참석자들은 같은 인식을 갖고 있었다. 아울러 중국 측은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9·11 이후 단순 억제를 넘어서 선제공격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부시 독트린으로 바뀌었음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도 강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한반도의 위기는 북한 핵보다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강경책 때문이라고 보고 있었다. 이 부분에서는 우리 쪽과 의견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국 측 참석자들은 북한 핵 문제로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돼 군사적 제재나 전쟁이 재발할 경우 중국은 절대로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중국 지도부는 1961년 체결한 '조·중 우호협력 조약'에 한반도 유사시 중국군이 자동 개입하도록 한 조항이 있지만 북 핵 문제와 관련해 미·북 간 군사충돌이 발생하더라도 북한을 군사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북한에 통보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그러한 사실을 이곳에서 재확인한 셈이다.

중국 측 발표·토론자들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2020년 국민소득을 지금보다 4배 향상시켜 어느 정도 윤택하게 사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지상목표이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대해 평화적 해결을 원하며 설사 전쟁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한결같이 밝혔다.

특히 북한의 김정일 체제가 당분간 변화하지도 무너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을 중국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북한을 자주 방문한다는 중국 공산당 조호길, 장연괴 교수는 북한이 워낙 통제된 사회여서 변화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장군들을 대량으로 진급시키고 연대장급 이상에 대해 차관급 대우로 격상시켰기 때문에 군부에서 불만세력이 생길 수 없으며 쿠데타의 개연성도 없다고 평가했다.

실리를 중시하는 후진타오 정권으로서는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할 경우 국익에 손상을 줄 수 있는 골칫거리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대만이 핵을 보유할 경우 심각한 사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핵 폐기를 위한 6자 회담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 한민족의 생존과 통일, 그리고 번영을 확보하는 길은 하루 속히 북한을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서게 하는 것이라는 점에 양측 관계자들은 공감했다. 그러나 어떻게 북한을 변화하도록 설득시켜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시원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떠나야 했다.

북한이 하루 속히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오도록 남북관계 개선과 한미동맹 관계의 재정립, 그리고 국론 통일과 국민단합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최 명 상 前공군대학총장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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