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窓]정쟁에 낭비되는 국가경쟁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窓]정쟁에 낭비되는 국가경쟁력

입력
2004.03.30 00:00
0 0

어릴 때 이탈리아 동화 '엄마 찾아 삼만리'를 읽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주인공 마르코는 겨우 아홉 살인데 먼 나라에 돈 벌러 떠난 엄마를 찾아 혼자서 길고도 험한 여행을 한다. 마르코의 엄마는 가난을 이기지 못해 어린 마르코와 조국을 떠나 잘사는 나라 아르헨티나로 일자리를 구하러 간 것이다.이 소설이 나왔을 때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이탈리아 주부들이 가정부 자리를 얻으러 갈 만큼 잘사는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 아르헨티나는 경제 파탄으로 생활이 어려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전세계로 떠나는 나라가 되었고 반면에 늘 고생하던 이탈리아는 어느새 가난에서 벗어나 유럽의 중심에 우뚝 서 있다.

아프리카는 어떨까?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던 에티오피아는 1970년대 초반까지도 우리나라보다 잘 살았다. 그 때 에티오피아 황제가 '하사하신' 우승컵을 놓고 우리나라에서 전국 빙상대회가 여러 차례 열렸던 기억이 난다. 60년대와 70년대를 통하여 아프리카 대륙은 떠오르는 태양으로 각광을 받으며 앞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설 것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 때 아시아와 모든 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였던 아프리카는 80년대 이후에는 경제가 떠오르기는커녕 대륙 전체의 경제가 20년 이상 긴 잠을 자고 있어 이미 국제 경쟁력이 상실된 침묵의 대륙이 되어 어두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아르헨티나는 넒은 풀밭과 기름진 옥토가 있고 아프리카는 천연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언젠가 국민들이 다시 힘을 합한다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넓은 풀밭도, 또 풍부한 천연 자원도 없지만 우수한 인재가 많다는 장점을 활용해 이만큼 이루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온 국민이 힘을 합해도 살기 어려운 이 시대에 우리 사회가 정치적인 이유로 갈래갈래 나뉘어서 서로 증오하면서 상처를 키우는 현실에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의 비교우위가 무엇인지 매우 혼란스럽다. 지금은 우리가 중국에 발 마사지를 받으러 가지만 중국이 지금처럼 경제 성장을 계속한다면 앞으로 중국인들이 발 마사지를 받으러 한국에 올 것이라는 우려의 이야기도 최근에 있었다. 지금처럼 우리가 국가 경쟁력을 낭비한다면 머지 않아 이 땅의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 중국에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기우이기를 바란다.

김 형 진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학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