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저서 '상상의 세계'에서 21세기 후반에 이르면 인류가 텔레파시 능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말을 하지 않고도 상대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나는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다. 다이슨은 그때쯤 뇌 활동 송수신 장치가 개발돼 신경활동 정보를 무선 신호로 변환해, 주고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이심전심으로 통해 서로 더 잘 이해할까. 아니면 자신의 마음까지도 남에게 들통나 사생활이 침해될까.인기 만화작가 홍승우의 '만화 21세기 키워드?'(애니북스 1만2,000원)는 과학의 발달이 가져올 미래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내다보고 있다. 과학문화연구소 소장이자 과학 저술가인 이인식씨가 쓴 같은 제목의 책을 원작으로 삼았다. 이미 1권이 나왔으며 1년 만에 2권이 나왔다.
탄탄한 원작에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감각이 보태져 어려운 내용을 쉽고도 재미있게 전달한다.
만화에는 흥미진진한 40개의 키워드가 담겨 있다. 미확인 비행물체, 다윈 의학, 뉴 에이지, 미사일 방어 체제, 카오스, 홀로그램, 나노 튜브, 사이코그, 양자 컴퓨터, 포스트 휴먼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는 먼 미래에나 실현되거나 심지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것도 있지만 이미 실생활에 적용돼 가까운 미래에 널리 확산될 키워드도 있다.
DNA칩은 적용 가능성이 높은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DNA 염기배열을 응용해 칩을 개발하면 언제 병에 걸릴지 예측 가능하다. 예를 들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간 서른 살 젊은이가 DNA칩 유전자 분석을 했더니 15년 후인 마흔 다섯에 간암에 걸린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통보받을 수 있다는 식이다. 염기배열을 통한 유전자 지문 감식을 이용하면 친자를 100%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 개념이 1990년대 말 도입됐기 때문에 가까운 시간 안에 이 같은 일이 실제 일어날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생각이다.
만화는 과학의 뒷면에 숨어있는 어두운 그림자나 윤리문제도 다룬다. '맞춤 아기'가 그렇다. 1997년 미국에서 인조 염색체가 만들어짐으로써 세포의 유전자 구성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질병 치료뿐 아니라 준수한 외모, 예술적 재능 등 누구나 바라는 형질의 유전자로 인조 염색체를 합성, 생식세포에 집어 넣어 '맞춤 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과학자들은 2020년께 맞춤 아기가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만화는 부모의 경제 능력에 따라 유전자가 보강된 '슈퍼 인간'과 그렇지 못한 '자연 인간'으로 사회 계층이 나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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