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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신라 초기역사 되살릴 계기"/경주시 탑동 나정 유적 발굴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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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신라 초기역사 되살릴 계기"/경주시 탑동 나정 유적 발굴현장

입력
2004.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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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탄생 설화가 깃든 경주 탑동 나정(蘿井·사적 제245호) 발굴 현장. 이곳을 발굴 중인 중앙문화재연구원은 이날 현장설명회를 겸한 문화재위원 지도위원회를 열어 최근 확인된 우물지와 이를 에워싸고 있는 도랑 모양의 구상(溝狀) 유구를 공개했다.현장을 찾은 고고학자와 사학자들은 "'삼국사기'에서 혁거세가 탄생한 곳으로 기록된 나정일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신라사를 고쳐 써야 할 지도 모르는 중요한 발굴"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확인된 구상 유구는 지름 14m, 너비 2m, 깊이 최고 2m 내외의 띠 형태로, 그 내부 정중앙에 인위적으로 메운 우물지가 발견됐다. 발굴단은 "이 우물지가 신라인들이 매우 신성시했던 장소이며 박혁거세의 탄생지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우물지 주변에서 초석과 적심 등 기둥 흔적이, 구상 유구 바깥으로는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한 목책이 둘러졌던 것으로 확인되는 등 우물지를 중심으로 이를 보호하기 위한 시설물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11월 이곳에서 확인된 팔각건물지도 구상 유구 및 우물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어, 삼국사기에 기록된 '신궁'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팔각건물지의 중앙에도 이번에 확인된 우물지와 비슷하게 상징적으로 조성된 우물이 있었기 때문에 이같은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문화재위원인 정영화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와 조유전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등도 "이번에 확인된 우물지와 구상 유구는 지난해 발견한 팔각건물지보다 조성 시기가 앞선 것이 분명하다"며 "선대의 우물지를 중심으로 이뤄진 유적이라는 해석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고학적 중요성 때문인지 우물지에 대한 조사는 세심하게 이뤄졌다. 우물지 밑바닥에 있는 덮개돌의 성격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정 교수는 "우물지 바닥에 덮개돌이 있는 것으로 보아 무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발굴단의 오재진 책임연구원은 "신라왕경에서 확인된 석축 우물과는 다르지만 판석 주위로 강돌이 둘러져있는 것으로 보건대 우물의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위원인 정재훈 한국전통문화학교 석좌교수는 "우물지를 판축한 곳의 점토층도 흙벌레 등이 그 내부로 뚫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다져졌다"며 "매우 신성시한 듯하다"고 말했다. 또한 우물지를 복토한 당시 의례를 행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도 발견되고 있다.

팔각건물지의 중심이 나정으로 추정되는 우물지에서 4∼5m 정도 비껴나 있어 의문을 자아내기도 했으나, 지도위원들은 급경사인 지형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통일 이전 신라의 암막새, 그리고 당삼채 및 신라 토기들과 함께, '의봉(義鳳) 4년'(679년)이란 중국 연호가 새겨진 기와조각도 발견돼, 팔각건물지의 조성 시기가 늦어도 7세기 이전으로 추정됐다. 또한 팔각건물지 주변에선 청동기시대 주거지도 확인돼 신라 건국 초기 역사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자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종욱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그러나 "소지왕이 신궁을 세운 나을이란 곳은 나정과 분명히 다른 곳"이라며 나정 유적을 신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삼국사기의 박혁거세 신화에는 혁거세가 6개 부족을 통합해 신라 고대왕국을 건국한 사실이 드러나있는데도 학계가 이를 간과해 신라의 정치사가 4세기까지 실종돼 있었다"며 "나정 발굴은 삼국사기의 기록이 허구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을 밝혀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주= 글·사진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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