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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물

입력
2004.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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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도 한때 바다가 있었다. 미 항공우주국이 작년에 쏘아 올린 두개의 화성탐사로봇 중에 하나인 오퍼튜니티 호가 최근 놀라운 화성 표면사진을 보내 왔다. 사진을 분석한 과학자들은 화성표면에서 흐르는 물이 아니고는 만들어 낼 수 없는 퇴적지층을 발견했고, 그 퇴적층은 지구의 바다퇴적층처럼 소금기를 머금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과학자들은 태초에 금성이나 화성에 물이 있었으나 대기층의 변화와 태양에 의해 물을 빼앗겼다고 본다. 화성에 바다가 있었다면 생물도 살았을까. 그리고 그 바다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물을 잃어버린 화성과는 달리 우리 지구는 태초의 물을 거의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지구도 원래 갖고 있던 물의 0.2%를 잃었다고 한다. 소량이나마 태양열에 의해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고,가벼운 수소가 우주공간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문명의 시간으로 보면 물의 양은 변함이 없다. '물의 행성'이라는 별명을 가졌듯이 지구는 그 표면의 3분의 2가 바닷물이다. 만약 울퉁불퉁한 지표면을 평평하게 고르면 지구는 약 2,800m 깊이를 가진 수구(水球)가 된다. 지구의 물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 수 있다. 이 물의 변화와 이동에 의해 지구는 다른 어느 별에도 없는 다양한 생명체의 서식지가 되어 왔다.

■ 이렇게 물이 많은데도 21세기를 맞아 세계는 왜 물 부족을 가까운 미래의 가장 큰 문제로 떠 올리고 있을까. 그 이유는 인류가 필요로 하는 것이 짠 물이 아니라 담수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간직한 물 중에 인류가 이용할 수 있는 담수는 0.01%이고 그 분포도 대단히 불균형하다. 20세기에 석유를 둘러싸고 전쟁이 터졌듯이 금세기에는 물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는 외교 전문가들이 많다. 물 전쟁 가능성이 높은 곳 중 하나는 세계 최장의 나일강 유역이다. 9개 나라가 자기네 좋은 대로 강물을 이용하겠다고 대단위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으니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 어제 제주도에서는 유엔환경계획(UNEP)집행이사회와 세계환경장관회의가 시작됐다. 약 100명의 환경장관을 포함하여 1,200명의 유엔회원국 대표와 NGO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물과 인간정주(定住)'다. 우리와 이웃국가의 물 문제에 대해 국민이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도 유엔이 분류한 물 부족 국가이며, 중국의 물 문제는 우리에게 심각한 환경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그런데 탄핵정국과 총선 속에 이 국제회의는 실종되고 있다. 물 문제야 말로 진짜 민생 문제인데 아쉽다.

/김수종 수석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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