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근비리 김진흥(사진) 특별검사팀이 예상보다 부진한 수사성과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3개월 전 출범 당시의 의욕에 찼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일각에서는 "특검팀은 정치권 책략의 희생양"이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특검팀의 내분, 수사력의 한계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급기야 김진흥 특검은 무차별적 의혹 제기로 특검을 출범시킨 정치권에 불만을 토로했다. 김 특검은 지난 28일 기자들에게 특검법안이 얼마나 허술하게 만들어졌는지부터 공개했다. 그는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 "(법에) 1억5,000만원이라고 돼 있어 샅샅이 뒤져봤는데, 아무리 해도 1억500만원 밖에 나오지 않았다. 답답해서 국회에 연락해봤더니 숫자가 틀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법에 기본적인 내용마저 잘못 기재 돼 있었다는 것이다. 김 특검은 이어 "얼마나 급했으면 그랬겠느냐. 정치공세…"라고 말끝을 흐렸다.
김 특검은 썬앤문 그룹의 95억원 정치자금 제공 의혹 부분에 대해서도 "95억원이라는 숫자가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알게된 뒤 맥이 탁 풀렸다. 그때부터 전부 다 뒤졌지만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특검은 특히 "금을 파려고 해도 있어야 찾을 것 아니냐"는 말로 정치권을 비난했다.
김 특검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도 (하나은행 CD) 1,300억원 부분을 직접 들고 왔다가 나중에는 아니라고, 없던 걸로 하자는 식으로 그냥 갔다"며 정치권의 무책임한 폭로를 겨냥했다.
그는 "썬앤문 그룹의 95억원 부분은 녹취록이라도 있어 다행이었다"며 "최도술 전 비서관의 300억원 모금 의혹은 무작정 '300억'이라고만 하니 어디를 뒤질지 막막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김 특검은 "이렇게 실체가 없으니 죽도록 고생만 했다"고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정치권을 향한 김 특검의 '푸념' 섞인 항변은 출범 당시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김 특검은 1월 현판식 직후 특검법에 적시된 수사대상자 이외의 인사에 대한 수사 여부에 대해 "뱀이 무서워 풀밭을 못 들어가겠냐"며 노무현 대통령도 수사대상이 될 수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더 나아가 김 특검은 "(검찰이 1차 수사에서) 분명히 무언가 남겨 놓았을 것이다. 자료를 검토하다 보면 검찰 수사의 빈 곳이 분명히 나온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었다.
그러나 3개월 수사의 최대 성과는 고작 최도술씨의 4억여원 추가 수수 혐의 정도다. 당초 검찰과 정치권에서는 썬앤문 감세청탁 의혹 사건에서 '소득'을 예상했지만 대부분 '혐의 없음'으로 결론지어졌다. 특검팀 주변에서는 이우승 전 특검보 사퇴 파문 등 팀 내부의 불협화음, 수사경험 부족 등도 빈약한 수사결과의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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