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선생을 조롱하는 태도를 보이라구. 보통때 너희들 선생 따위는 물로 보잖아." '배틀로얄2 레퀴엠' 촬영장에서 긴장한 배우들에게 고인이 된 후카사쿠 긴지 감독이 요구한 주문이었다. 이 한마디가 영화의 성격을 그대로 대변한다. 영화는 1편에서 살아남은 나나하라 슈야(후지와라 타츠야)가 테러리스트로 변신, 섬을 장악해 어른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대목으로 시작한다. 정부는 급기야 신세기 테러대책 특별법인 배틀로얄2를 가동, 학생들을 납치해 강제로 나나하라와 싸우게 만든다.이야기 전개나 싸우는 모습은 마치 비디오 게임을 연상케 한다. 매 단계별로 잠입, 돌격, 탄약 확보 등의 임무가 화면에 소제목으로 나타나고, 학생들의 목에는 전투 지역을 벗어나거나 동료가 죽으면 폭발하는 목걸이가 채워져 있다. 게임 속 캐릭터처럼 등장인물들은 너무도 쉽고 무의미하게 죽어간다. 힘에는 힘으로 맞선다는 긴지 감독의 폭력미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온통 붉게 물드는 화면은 게임처럼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당위성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 촬영중 전립선암으로 72세에 숨진 감독을 대신해 장남 후카사쿠 겐타(30)가 메가폰을 대신 잡은 탓인지 1편에서 보여준 독창성과 충격도 감도가 떨어졌다. 15세가. 4월 9일 개봉.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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