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보통신(IT)과 굴뚝산업 등 우리 경제의 양극화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산업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 강남 도산대로와 대치동 등 수입차 거리를 중심으로 수입차 시장은 확대일로를 걷고 있는 반면 국산차의 내수 판매는 지난해에 비해 30%나 감소하는 극심한 부진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산차도 일부 고급 승용차는 수개월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는 반면 트럭이나 특장차 등 자영업자들의 생계용 차량은 판매량이 최고 50%나 감소했다.29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2월 현대, 기아, GM대우, 쌍용,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9개사의 내수 판매는 모두 16만4,10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만4,418대에 비해 무려 32.8%나 감소했다. 특히 르노삼성차의 경우 지난해 1∼2월 2만1,378대에서 올해는 1만2,750대로 40.4% 급감했다.
이처럼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것은 신용불량자 급증과 실업률 증가 및 내수 침체 등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문을 닫는 자동차 대리점이 생기고 있으며, 인근 대리점끼리의 통폐합도 늘어나고 있다.
대우자동차판매의 신화정, 능곡, 호수공원 등 경기 고양지역 3개 대리점은 최근 '일산호수 대리점'으로 통폐합됐다. 지난해말 530곳에 달했던 대우자판 자영 대리점은 최근 450곳으로 감소했고 기아차도 2002년말 560개에서 최근 540개로 20개나 줄었다.
*생계형 차량 판매 급감
국산차의 내수 판매 중에서도 현대 에쿠스 등 일부 고급 대형 승용차 판매는 한달 이상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소형 승용차나 트럭 및 특장차 등 '생계형 차량'의 판매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2,000㎤ 이상 대형 승용차 판매대수는 지난해 1∼2월 1만5,873대에서 올해에는 1만5,019대로 큰 변화가 없는 데에 비해 1,500㎤미만 소형 승용차는 같은 기간 4만6,711대에서 2만5,383대로 45.7%나 감소했다.
트럭 판매량은 같은 기간 1만9,224대에서 1만2,512대로 34.9% 줄었고 특장차는 1,906대에서 965대로 반토막이 났다.
*수입차는 불황 무풍지대
반면 수입차 시장은 판매량이 계속 늘어나며 불황의 무풍지대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1∼2월 판매량은 3,28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15대에 비해 21.1% 증가했다. 렉서스는 지난해 1∼2월 458대에서 올해에는 595대로 증가율이 29.9%나 됐다. BMW도 1∼2월 두달동안 811대가 판매되며 올해 수입차 판매(누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러한 수입차 판매 신장에 힘입어 수입차 전시장은 규모와 매장 수를 점점 더 키우고 있다. 1997년 크라이슬러가 학동 사거리 근처에 직영 전시장을 개설하며 형성하기 시작한 도산대로 수입차 거리를 탈피, 강북이나 지방에서 전시장을 여는 경우도 늘고 있다.
*수입차 시장 지방으로
도산대로 수입차 거리는 98년 BMW, 2000년 볼보, GM, 아우디, 2001년 폴크스바겐,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등이 잇따라 도산 사거리와 안세병원 사거리 인근에 매장을 내면서 국내 수입차 거리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나 지난달 GM코리아가 서울 성수동에 캐딜락 사브 고객감동 센터를 오픈한 데 이어 서울 강남 뱅뱅사거리에 연면적 1,300여평 규모의 아시아 최대 규모 메르세데스 벤츠 전시장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수입차의 저변 확대와 함께 '탈(脫) 도산대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 또 볼보가 지방 2곳에 매장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등 수입차업계의 시장공략이 지방으로 확대되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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