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의 한 초등학교 신축공사장. 2005년 3월 완공예정이라는 공사계획표가 입구에 걸려있지만 철제 펜스 안쪽 공사현장은 한산하기만 했다. 공사장에는 짓다 만 건물 기초가 덩그러니 서 있고 멈춰진 포크레인 옆에 인부 4명이 한가롭게 앉아 있었다.공사 관계자 김모(35)씨는 "작업공정대로라면 이날도 인부 50명이 붙어 골재공사를 해야 했지만 철근이 없어서 며칠째 그냥 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내년 3월로 잡혀 있던 개교를 한달 가량 늦췄지만 철근기근이 계속되면 내년 1학기 개교도 어려울지 모른다.
철근대란으로 전국의 학교 신축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내년 3월 개교예정으로 총 220곳의 초·중·고교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철근을 구하지 못해 공사가 늦어지면서 상당수 신축학교의 완공이 연기될 위기에 처했다. 이 때문에 "공사 중인 학교에 신입생을 배정하지 않겠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도 무위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29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내년 초 101개 학교가 신설될 예정이지만 3, 4월 철근 소요량의 20% 수준밖에 확보하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화성 북양·대호초등학교는 내년 3월 완공예정일을 한달 가량 늦춰 잡았고 안양 화창·연현초등학교, 안산 고잔중 등도 공사를 중단하거나 골조공사 외의 다른 부분을 먼저 진행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공사중인 학교에 신입생을 배정하지 않는 다는 원칙을 지킬 경우 101개교 중 15개교만 정상개교가 가능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털어놓았다.
전북도교육청은 아예 내년 완공 예정인 전주 용와·대정초등학교와 용흥중, 정읍 한솔초등학교 등 4개교의 개교를 1년 늦추기로 했다. 또 광주·전남·경남의 각 14개교, 대전 9개교도 공기연장을 감수해야 한다.
교육부는 "철근을 우선적으로 공급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조달청에 보냈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조달청에서 수해피해 복구 현장을 우선지원하고 있어 신축 학교에 대한 공급은 뒤로 밀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고철모으기 중점 추진기간을 정해 각급 학교와 기관별로 학교신축용 고철 수거운동에 나서고 있으나 전체 필요량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3월에만 필요한 철근이 2만여톤에 이르지만 공급량은 20%인 4,000여톤에 불과했다"며 "무더기 개교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안형영기자 ahnhy@hk.co.kr
황재락기자 find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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