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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 "고독…"이 고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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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 "고독…"이 고독한 이유

입력
2004.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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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인기있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 코너는 중년 배우들의 정년을 연장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특히 탤런트 양택조의 경우 유치원생까지 "야, 양택조다"를 외칠 만큼 그의 이미지는 친근하다. 맞히는 문제보다 틀리는 문제가 많고, 틀리고 나서도 뻔뻔스럽게 우기다가 말이 막히면 '쩝'하고 입맛을 다시는 그. 할아버지에 더 가까운 그를 아이들은 "정준하처럼 웃기는 아저씨"라고 부른다.영화 '고독이 몸부림칠 때'의 캐스팅은 환상적이다. 이런 양택조를 비롯해, 코맹맹이 소리로 "에이, 자식아"를 껌 씹듯 발음하는 코믹 이미지의 주현이 가세했다. 여기에 한 때 미남 축에 들던 김무생과 진지한 연기자로 각인돼온 송재호의 이미지를 살짝 망가뜨려 주기만 하면 영화는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고독이 몸부림칠 때'를 보며 기대만큼 웃은 사람은 거의 없다. TV 속 조연으로 나올 때는 그렇게 웃겼던 그들을 한데 모아 놓은 합이 왜 그토록 썰렁했을까.

그건 TV 속에서 보여줬던 그들 모습에 비해 영화 속 그들이 너무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조폭 코미디가 '가족형 조폭 코미디'로 변화하면서 중장년 배우들이 코믹한 모습으로 캐스팅됐고, TV 시트콤은 나이 값 못하는 노인을 양념처럼 가미했다. 젊어서 어떤 모습이었든, 나이 들면 모두 주책이 되고 만다는 것이 양택조 스타일의 배우들이 주는 웃음의 원천이다. 그들은 비논리적이고, 굼뜨고, 억지를 자주 부리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그러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보면서 짓는 웃음은 조롱과 대상화의 그것이다.

아버지란 이름은 어머니보다는 확실히 '권위'와 가까운 이름이었고, 특히나 아들들에게는 어느 정도 적대적이기까지 했다. 그런 이들이 나이가 들며 '이미지 변신'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망가질 때, 자식 세대는 그들을 보고 웃으며 헤게모니의 변화를 실감한다. 자식세대의 소비권력에 아버지 세대는 코믹한 모습으로 봉사한다.

'고독이 몸부림칠 때'가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은 노인들이 기대만큼 망가지지 않았다는 데 첫번째 원인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는 노인에 대한 진심이 보이지만, 동시에 바로 그 진심 때문에 젊은 세대들에겐 '팬 서비스'에 충실하지 못한 영화로 비쳐진다. 아들 세대는 '고독이 진저리치는' 코믹한 광경을 기대했지만, 영화는 '고독이 사무치는' 모습으로 응답했다. 그래서 극장은 고독했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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