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의 제니퍼 애니스턴은 입을 다물고 있을 때보다 말을 할 때 훨씬 귀엽다. 그녀의 매력 절반 이상이 똑부러지면서도 앙증맞은 말투에 있다. 그래서 그녀는 말로 웃음을 유발하는 시트콤에 적역이다. '프렌즈'의 배역 레이첼은 제니퍼 애니스턴의 매력을 축약한 캐릭터다.영화 '폴리와 함께'(Along Came Polly)에서 여주인공 폴리의 직업이 웨이트리스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프렌즈'의 레이첼이 바로 그 웨이트리스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노림수는 분명해졌다. '프렌즈'의 레이첼을 영화로 옮겨 보자는 것이다. 폴리의 연애남은 꼼꼼한 보험회사 손해사정인 루벤 페퍼(벤 스틸러). 신혼 여행길에 아내가 다이버와 바람이 나는 바람에 혼자 돌아온 루벤은 폴리를 사귀면서도 노심초사. 먹어본 음식이 아니면 먹지 못하는 루벤은 2주 내내 설사를 하면서도 인도 중동 등 특이한 제3세계 요리를 즐기는 폴리의 매력에 빠지지만, 아내가 나타나면서 고민에 빠진다. 덜렁거리고, 라틴 댄스나 추고, 식성도 맞지 않으며 결혼 제도에 심각한 회의마저 품고 있는 집시 스타일의 폴리를 택할 것인가, 결함은 있지만 이미 검증된 안전한 아내를 택할 것인가. 뻔해도 그런대로 봐줄만한 이야기지만, 남자 주인공은 영 잘못된 선택이었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귀여운 소심남을 연기했던 벤 스틸러의 겉모양새는 뉴욕 전문직업인의 이미지에 별로 어울리지 않으며, 코믹함과 진지함을 왔다 갔다 하는 어설픈 캐릭터로 영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로맨틱도, 코미디도 아닌 어정쩡한 로맨틱 코미디가 되어 버린 것은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떨어지는데 뚜렷한 원인이 있다.
'미트 페어런츠'의 시나리오 작가 존 햄버그가 감독과 시나리오를 맡았고, 페퍼 친구인 샌디(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동료 이름이 한국 이름인 '원석'이고, 주인공들이 '불고기'라고 콕 집어 말하는 것을 보면 기특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의 매력이 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4월2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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