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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피플/70대 수원 "화성 알림이" 심원섭·김설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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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피플/70대 수원 "화성 알림이" 심원섭·김설자씨

입력
2004.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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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수원 화성의 동쪽문인 창룡문. 성곽을 둘러보는 하교길의 중학생 10여명 틈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정겨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수원 화성의 장안문(북문)과 서울의 숭례문(남대문)가운데 어느 문이 더 클까요?" "수도(首都)에 있었던 문이니까 숭례문을 더 크게 만들지 않았을까요?" "문 위에 2층 누각을 만들어둔 장안문이 숭례문보다도 크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는 정조대왕의 효심이 잘 나타나 있는 셈이지요."감사편지에 피로 아픔 다 잊어

수원 화성의 문화유산 해설사 심원섭(79·수원시 권선구 탑동)씨와 김설자(71·여·수원시 권선구 세류동)씨는 5년째 호흡을 맞춰온 70대 '명콤비'다. 결혼전 2∼3년간 공무원 생활을 한 것 말고는 40여년간 살림만 하며 지내왔던 김씨와 30년 이상 일본어 강사로 일해오던 심씨지만 99년부터 화성 문화안내사로 호흡을 맞춰, 이미 지역에서는 '화성 알림이'로 입소문이 나왔다.

"네 아이들을 다 출가 시키고 나니 사회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돈이 많지 않아 장학재단을 세울 수도 없고 몸도 썩 좋지 않아 불우한 아이들을 돌봐줄 수도 없어 이 일을 생각하게 됐어요"(김씨) "평생 생계수단으로만 사용했던 일본어를 다른 사람들을 위해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6년 아시안게임, 서울올림픽, 월드컵에서 통역봉사를 한 경험을 살려 이 일에 뛰어들었습니다."(심씨)

심씨와 달리 일제 때인 초등학교 시절 일본어를 배운 것을 빼놓고는 일본어를 쓸 기회가 없었던 김씨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아흔줄의 시어머니 아침을 준비해야 하는 바쁜 몸이지만 2002년에는 대학생 아들의 책으로 실력을 길러 일본어 능력시험을 보기도 했다. 이들의 근무일은 한달에 5,6번 정도. 아침 9시∼오후 6시 관광객들을 안내한다.

70%가 일본인 관광객으로 연무대, 창룡문, 동북노대, 동장대, 화홍문(북수문) 등 주로 화성의 동북쪽을 안내한다. 한번 둘러보는 데 30∼40분 걸리고 성벽이 높은 편이라 무릎이 시큰거리지만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에 감동받아 화성을 또 찾고 싶다"는 관광객들의 감사 편지를 받을 때면 아픔은 온데 간데 없어진다. 심씨와 김씨는 최근에는 700쪽 분량의 화성설계도면 '화성성역의궤' 를 공부하는 등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버스기사 불친절' 등은 안타까워

문화 안내사로 활동하다보니 아쉬운 점도 많이 눈에 띈다. 화성 건축에 사용된 '거중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작 거중기는 신갈의 경기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점이 그중 하나. 수원에는 숙박하는 관광객들이 적어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연계 관광이 잘 이뤄지지 않는 점도 아쉽다. 수원역으로 가는 일본인 관광객들을 버스에 탑승시키는 일도 많은데 그때마다 보는 버스기사들의 불친절함에 눈살을 찌푸릴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심씨는 "무사(武士)만 거주하던 일본의 성과는 달리 화성은 백성과 임금이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었던 공간"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화성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성심성의껏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화성 문화해설사는 총 18명. 이중 김씨와 심씨 처럼 환갑을 넘은 해설사가 9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연륜에서 나오는 해설 덕에 관광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어 시는 향후 신규 모집도 계획하고 있다.

/수원=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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