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단순합니다. 생각이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다고 욕을 해댑니다. 속내를 훤히 내비치는 어리석음을 범하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통제할 능력도 없습니다. 주변에서 좋다고 하거나 자기 편이 좀 많다고 하면 흥분해 물 불을 안 가립니다. 그래서 한심하고 위험한 바보.바로 그 바보(상자)인 당신들은 최근 며칠 사이 촛불시위와 관련해 두 가지 한심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하나는 26일 MBC TV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에서 였고, 또 하나는 28일 KBS 2TV '100인 토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서 였습니다.
우선 '신강균…'부터 봅시다. '광장의 주인은 시민이다'란 코너에서 흥분하면서 탄핵찬성 집회 사회자가 권양숙 대통령부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큰소리, 친절한 자막으로 내보냈습니다.
그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사회에 아직도 저런 인간들이 있다니. 저런 사람과 함께 같은 나라에 사는 우리 자신들이 부끄러웠습니다. 아무리 대통령이 밉고, 그의 정치가 맘에 안 든다고 하더라도 저런 인격 모욕적인 말을 하는 인간이 있다니… 탄핵 찬성의 이유가 만약 저런 뿌리 깊은 학벌주의에 따른 인간차별이라면… 분노가 치민 사람도 많았을 것입니다. 당사자를 당장 끌어내 사과 시키고 싶은 심정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광화문 촛불시위 불법 논란을 다루는 시간에 내보냈습니까. 그것도 탄핵반대 집회는 질서정연하고, 평화적이라고 한참 자랑을 늘어놓은 다음에. 더구나 '신강균…'이 보수언론에 대항하고, 성역없이 부정과 부패를 날카롭게 비판해 속 시원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성보다는 감정을 화합보다는 지나친 적대감과 이분법을, 겸손보다는 오만한 태도 때문에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대통령부인 비하 발언은 중대한 사건입니다. 어느 쪽 눈치나, 오해 받을까 두려워 말고 9시 '뉴스데스크'에서 과장 없이 냉정하게 사실만을 내보내야 했습니다. 그것도 큰 뉴스로. 이는 방송내용에도 분개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방송의 바보짓을 질타하는 네티즌들이 많아지는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어느 TV 보다 소신 있게 국민의 편에 서서, 정의와 진실과 상식을 외면하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MBC가 아닙니까.
'100인 토론…'은 또 어떠했습니까. '촛불집회 사법처리 찬반토론'을 하면서 토론 후 찬반 조사결과를 발표하지도 않은 채, 허둥지둥 끝냈습니다. KBS의 해명대로 집계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사람의 실수로 그랬다고 칩시다. 그러면 방송을 연장해서라도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른 방법으로 투표를 하든가, 그것도 아니라면 빨리 원인을 찾아 다음 프로그램 방송 때 자막으로라도 설명을 해주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여자 필드하키 중계방송을 보면서 아무리 기다려도 도무지 원인이나 결과를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시청자의 항의가 빗발치자, 새벽 3시 반에야 그것도 인터넷 알림글에 결과(찬성37, 반대61명)를 띄웠습니다. 당연히 조작이란 의심을 받을 수 밖에요. 더구나 방송 마지막에 비록 오류라고 하지만 '반대 37'이란 숫자가 분명하게 나왔으니까.
엉뚱한 그릇에 담아 괜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비판을 받는가 하면, 서투른 솜씨로 정직성까지 의심 받게 된 TV. 미디어 정치시대에 그 역할이 아무리 중요하고, 그 위력이 아무리 세더라도 그런 바보상자에게 시청자들은 과거 그랬던 것처럼 냉정하게 등을 돌릴 것입니다. 그조차 모른다면 당신들은 정말 바보입니다.
이 대 현 문화부장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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