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통영국제음악제 "구레의 노래" "워터 패션" 초연 "완벽 그 이상의 감동에 기립박수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통영국제음악제 "구레의 노래" "워터 패션" 초연 "완벽 그 이상의 감동에 기립박수를"

입력
2004.03.29 00:00
0 0

*27일 시즌 개막축제 막내려통영에서 이런 연주를 들을 수 있다니, 꿈만 같다.

2004 통영국제음악제의 시즌 개막축제(22∼27일)에서 마지막 이틀을 장식한 탄둔의 '워터 패션'과 쇤베르크의 '구레의 노래' 를 본 느낌은 한마디로 감격 그것이다. 벅찬 감동과 흥분, 그리고 오랜 기립박수와 열띤 환호가 객석을 휩쓸었다. 서울이 아닌 지방 소도시에서 클래식, 그것도 현대음악 위주로 매년 축제가 열리는 것도 대견하지만, 특히 이 두 공연은 음악제의 질적 수준을 웅변하는 것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특히 피날레로 27일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구레의 노래' 한국 초연은 국내 음악사에 기념비적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이 대작을 연주하기 위해 5명의 독창 외에 창원시향이 주도하고 서울심포니가 합세한 130명의 오케스트라, 150명의 합창(창원·수원·고양시립합창단) 등 280여 명이 참여했다.

놀라운 것은 호른 10, 클라리넷 7, 하프 4, 플루트 8, 트럼펫 7 등 '이보다 더 클 수는 없다' 싶은 대편성에 오케스트라 역량의 극대치를 요구하는 작품을 지방 교향악단인 창원시향이 한국 초연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장윤성이 지휘한 이날 연주는 음악적으로도 대단한 호연이었다. 장윤성은 장장 2시간의 엄청난 대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장악한 채 열정적으로 지휘했다. 김은주(소프라노), 이현정(메조소프라노), 안형렬 임재홍(테너), 이규석(바리톤)의 독창도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압도적 음향과 너무나 아름다운 독창 선율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창원시향은 이 곡을 갖고 서울로 올라와 4월7일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연주한다. 그날 보면 알겠지만, 모두 놀랄 것이다.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재창조한 중국 작곡가 탄둔의 '워터 패션'은 26일 통영시민회관 대극장에서 탄둔 자신의 지휘로 한국 초연됐다. 최근 서울에서 공연한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성 토마스합창단의 바흐 '마태 수난곡'이 종교적 묵상에 가까운 절제를 보여준 것과는 대조적으로 탄둔의 '워터 패션'은 2000년 전 예수 수난의 현장에 동참하는 듯한 강력함으로 충격을 던졌다. 극심한 고통과 비탄, 부활과 구원의 열망을 표현하는 탄둔의 방식은 매우 분명하고 극적이면서 시각적이어서 음악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완전히 몰입하게 만들었다. 마치 한 편의 잘 짜여진 연극을 보는 듯 생생한 이미지는 '음악은 눈에 보일 수 있고, 이미지는 귀에 들릴 수 있다고 믿는다'는 탄둔의 말과 딱 맞아떨어졌다.

타악기와 바이올린, 첼로, 베이스와 소프라노, 합창으로 이뤄진 이 작품에서 물은 가장 중요한 악기이자 상징이다. 17개의 투명한 유리그릇에 물을 담아 무대에 십자가 모양으로 배치하고, 타악기 연주자들이 물을 떨어뜨리고 튕겨서 내는 신비로운 물 소리는 재생과 부활의 메타포로 곡 전체를 관통한다. 종교적 황홀경과 악마의 유혹, 극도의 비탄을 오가며 고음의 극한까지 치닫는 소프라노의 자유로운 변용, 지옥의 심연처럼 꺼졌다가 시련을 통과하는 불의 칼처럼 뻗쳐오르는 베이스의 노래, 염불소리 같거나 성난 군중의 아우성 같은 합창,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끌고 떠받치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강렬한 선율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음향은 매우 신선하고 그 효과는 대단했다. 탄둔은 천재다!

'워터 패션'과 '구레의 노래'를 훌륭하게 한국 초연한 사실만으로도 올해 통영국제음악제는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통영=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