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대한 조기 재검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은 27일 당선 확정 발표 후 첫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당선자 공포로 국민당 롄잔(連戰) 주석이 선거 및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 만큼 소송이 제기된다면 관련 법 개정 없이 재검표를 하겠다는 동의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측의 요구를 대폭 수용, '법원 주도의 재검표'를 받아들인 것이다.
천 총통측은 그간 재검표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야당측과 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으나 구체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야당측은 이에 대해 "의도적 시간벌기"라며 반발해 왔다. 천 총통의 입장 변화에 따라 롄 주석은 이르면 29일 선거 및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재검표 실시는 수 개월이 예상되는 '법 개정 후 재검표'보다 훨씬 빨라지게 된다.
천 총통은 또 국론분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29일 조건 없이 롄 주석과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천 총통은 피격사건 자작극 의혹과 관련, "독립적인 전문 감식반의 진상조사를 환영하며 야당이 추천한 전문가를 조사반에 합류시키는 데 이미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27일 롄 주석을 지지하는 시민 약 50만 명이 집회를 갖고 즉각적인 재검표와 피격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대만 각지에서 몰려든 시민들은 타이베이 총통부 앞과 인근 거리를 가득 메운 채 빗속에서 4시간 가량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롄 주석은 이 자리에서 "이번 총통 선거는 대만 민주발전 과정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커다란 의문부호만 남겼다"고 주장했다. 롄 주석은 그러나 재검표 결과의 승복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어 천 총통측의 비난을 사고 있다. 시민 일부는 28일 오전까지 총통부 앞에서 시위를 계속했으나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내 화교사회 곳곳에서도 이날 수천 명이 즉각 재검표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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