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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서 몰랐던 사랑 두 여자 사이서 배우죠"/MBC "불새" 이 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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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서 몰랐던 사랑 두 여자 사이서 배우죠"/MBC "불새" 이 서 진

입력
2004.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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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아, 사랑과 수영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직접 빠져보기 전엔 결코 배울 수 없다는 거야."국민드라마 '대장금' 후속으로 4월 5일부터 방송되는 MBC 월화 미니시리즈 '불새'(극본 이유진, 연출 오경훈, 밤 9시 55분)의 촬영이 한창인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 해수욕장. 가난한 고학생 세훈 역을 맡은 탤런트 이서진(31)이 모래사장으로 밀려드는 파도에 지은(이은주)을 살짝 밀어넣으며 건넨 대사다.

MBC 무협사극 '다모'에서 '아프냐? 나도 아프다' '나는 너에게 무엇이더냐?' 같은 명 대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린 '좌포도청 종사관 황보윤'역을 맡았던 이서진이 이번엔 정통 멜로 드라마로 '사랑 배우기'에 나섰다. " '다모'에서의 사랑이 평생 한 여자를 향해 있는 마음이었다면, 사랑하는 여자와 책임감을 느끼는 여자 사이에서 방황하게 되는 '불새'에서는 갈등, 배신, 열정이 복잡하게 뒤엉키죠. 그래서 보다 깊은 '사랑의 맛'을 느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불새'는 사랑하지만 하늘과 땅차이인 서로의 가정환경 때문에 끝내 파국으로 치달은 한 남녀가 경제적 상황이 역전된 10년 후 다시 조우해 결국 사랑을 완성하게 된다는 내용. 사랑의 진수를 경험하기 위해 그는 그동안 대가를 톡톡히 지불했다. "이제까지 주로 고아나 서자 같은 역할만 연기해왔는데, 이번에도 또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혼자 살아가는 가난한 고학생이죠."

90년대 중반을 풍미했던 오렌지 족의 표상인 지은과 철저하게 대비되는 모습을 살리기 위해 이서진은 뉴욕대에 다닐 때 즐겨 입던 빈티지 룩을 의상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가발을 뒤집어 쓴 것처럼 보이는 덥수룩한 머리 모양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다 그래서다. "지은이한테서 버림받고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는 4부 이후부터는 벤처 기업가로 성공해 스타일에서도 일대 변신을 할 예정에요. 하지만 여전히 가슴에 화인처럼 남겨진 상처 때문에 웃을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시청률 50%를 넘긴 '대장금'의 후속인데다가 개인적으로는 '다모'로 스타덤에 오른 후 처음 맡은 드라마라서 부담감도 크다. " '다모 폐인'(골수 팬)들이 과연 이서진이 현대극에서는 얼마나 잘할까 두고 보실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그러나 상대역을 맡은 배우 이은주(24)에 대한 믿음이 그런 걱정을 잊게 한다.

"사실은 제가 은주씨 추천했어요. TV 쇼 프로에 잠깐 비춘 모습을 봤는데, 굉장히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왔거든요. 같이 연기해보니까 '예상을 비껴가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멜로 연기는 서로의 교감이 중요한데 은주씨가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 잘 통해요."

미국 유학생으로 경영학을 전공했고, 늦은 나이에 연기자로 데뷔했다는 공통점을 지닌 탤런트 차인표도 그에게는 큰 힘이 되어준다. "인표 형이 저한테 이런 저런 조언 많이 해주는데, 말을 잘 안 들어서 혼이 많이 나요. 그런데 저번에 '다모' 할 때는 말 안 듣길 잘한 것 같아요. 형이 "야, 그 드라마 안 될 것 같으니까 빨리 접어라. '대장금'이나 하지 그건 왜 하냐"고 막 뭐라고 했거든요. 이번에도 잘 선택했다는 소리는 못 들었죠."

'다모 폐인'들이 붙여준 '미소가 아름다운 남자' '보조개왕자'라는 별명처럼 웃어보이던 그는 "사람들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는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자신이 '불새'를 선택한 것에 대한 답변을 대신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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