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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만순의 스톡워치/쏠림현상은 리스크와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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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만순의 스톡워치/쏠림현상은 리스크와 형제

입력
2004.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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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는 겁니까! 저 길게 늘어서 있는 줄에 동참하지 않으면 무능한 내조자이고 열등생 남편이 되고 마는 것인가. 저렇게 눈에 보이듯 뻔한 곳에 줄을 서기만 하면 재테크가 되는 것인가. 마지막 하나 남은 천국행 열차 티켓처럼 전매를 1회 허용해준다는 정책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배려인가.삼삼오오 투자조합을 결성해서, 도덕을 가르쳤던 친정 아버지의 명의를 빌려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길게 줄 서 서명을 하는 모습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 나라의 독립을 찾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조국을 부국으로 만들기 위한 것인가. '내 가족 먹여 살리기 위해서' 또는 '남들이 다 하니까' 하는 말로 설명이 되는 것인가.

시티파크!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인가. 냉철한 이성을 소유한 젊은이의 가슴처럼 희망이 솟구치는 곳인가. 아니면 서민들이 차곡차곡 모아온 적금을 털어서 내 집 마련의 절호의 찬스를 주는 곳인가.

강원도 정선 혹은 일부 미군 부대 안에만 있어야 할 투전판이 삼천리 강산 곳곳에 있으면 되겠는가. 너나 없이 그 판에 '올인'을 하면 되겠는가. 그 모습을 질타하기는 커녕 즐기면 되겠는가. 길거리에 널려있는 카드로 국가가 망신창이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투기의 광풍으로 다시 국가가 흘러가서야 되겠는가.

고전에 나타난 부자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에 하나가 대중과 반대로 간다. 범인들은 풍년 때 곡식 값이 폭락하면 곡식을 팔지만 부자들은 반대로 사들인다. 큰 이문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 있다고 한다. 소수게임의 철학이다. 쏠림 현상은 리스크와 형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1624년 시내 집 한 채와 맞먹는 가격으로 치솟은 황제튤립이 매매가격의 3.5%만 지급하는 것으로 종료가 된 네델란드 튤립투기 광풍은 그 당시 사회의 기존질서를 무너뜨리고, 노동의욕을 꺾어버렸다. 또 인간에게 파멸의 모습을 보여준 큰 교훈이었다.

투기란 한 사회가 얼마나 쉽게 환상과 집단적 광기에 빠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한다. 사람은 흔히 자신이 속한 집단의 생각에 쉽게 동조해버린다. 대한민국이 투전 판으로 휩쓸려 너나없이 가는 것은 미래로 가는 길이 결코 아닐 것이다. 광풍의 후유증이 부부싸움 정도로 끝나길 바랄 뿐이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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