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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피플] 여의도성모병원 김동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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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피플] 여의도성모병원 김동욱 교수

입력
2004.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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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에게는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 정치적인 수사도, 입에 발린 말도 아니다. 이 말을 뼈에 사무치도록 절감하는, 아니 이 말에 목숨을 건 이들이 있다. 바로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인 조선족 이춘선(29)씨와 그의 주치의인 여의도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다. 중국 헤이룽장성 수화(綏化)에서 나고 자란 이씨는 지난해 11월 김 교수의 도움으로 한국에 왔다. 그리고 민족이 하나라는 사실을 매일 절감한다.춘선씨가 피로와 고열 등 감기증상때문에 찾은 병원에서 백혈병이라는 말을 들은 것은 2002년 8월. 중국에서 가장 큰 베이징 인민병원은 "골수이식을 해야 나을 수 있으니 조선족 중에서 기증자를 알아보라"고 말했다. 형제들이 일단 골수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중국에 있는 4형제 모두 조직적합성 항원이 일치하지 않았다.

눈앞이 캄캄해진 이씨는 상하이 홍십자회(적십자사)에 편지를 보내 도움을 청했다. 12억 인구 중에서 간신히 2명의 후보를 찾았다. 하지만 21세의 남성은 골수기증을 거부했고, 40세 여성은 정밀검사 끝에 이식이 어려운 것으로 진단됐다.

이후 춘선씨는 삶을 거의 포기했다. 글리벡 치료는 너무 비싸서(한달 약값이 월급의 2.5배였다) 아예 엄두를 못냈고, 주위에서 권하는 한약만 사먹다가 돈도 날리고 간도 상했다. 얼굴과 손이 시커멓게 타고 부었다.

이 때 희망의 빛이 된 것이 바로 김 교수였다. 한국인과 결혼해 살고 있는 언니 춘란(35·경기 김포시 하성면)씨가 무작정 진료를 예약하고 김 교수를 찾았을 때 김 교수는 "일단 한국으로 불러오자"고 말했다.

"같은 민족 아닙니까. 형제가 아니라도 기증자를 찾을 확률은 80∼90% 됩니다. 그리고 이식 수준은 우리나라가 훨씬 높으니까 국내에서 치료를 해야 합니다." 베이징 인민병원을 수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김 교수는 춘선씨의 상황을 손바닥 보듯 알 수 있었고, 몇달간 춘란씨를 통해 일종의 원격진료를 했다.

하지만 춘선씨가 한국 땅을 밟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는 둘째 치고, 당장 비자를 받을 수가 없었다. 영사관에선 춘선씨가 환자라는 사실조차 잘 믿지 않는 눈치였다. 결국 김 교수가 '같은 민족이라 골수가 맞을 가능성이 높고 골수를 뽑아 전달하기보다 환자가 오는 것이 좋다'는 소견서를 써보낸 후에야 비자가 나왔다.

춘선씨는 입국하자마자 혈액을 채취하고 유전자검사를 해 국내 골수은행에 보냈다. 다행히 글리벡 치료에는 반응이 좋아 춘선씨의 얼굴은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검사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춘선씨에게 최근 통보가 왔다. 기증자를 찾은 것이다. 12억 인구 중에선 2명에 불과했지만, 한국에선 무려 98명이었다.

"중국에서 20년 넘게 자랐는데 막상 이런 병에 걸리자 혼자였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한국에서 많은 분이 도와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민족이라는 사실이 그저 고맙습니다."

사실 김 교수는 조선족에 대한 감정이 각별하다. 김 교수의 부친이 일제 강점기에 중국 용정에서 나고 자란데다 그곳에 사는 친척들도 많아, 어렸을 때부터 '북간도 이야기'를 귀에 박히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 고향사람처럼 반갑기만 했다. 춘선씨도 "용정과 수화는 이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가지 걱정거리는 내국인이 아닌 춘선씨는 의료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 이 경우 골수이식 치료비가 1억원을 넘게 된다. "빚이라도 낼 테니 걱정 말라"고 큰소리치는 형부 이철환(45)씨가 고맙기 그지없지만 플라스틱 성형공장에서 일하는 처지로선 역부족이다.

그래도 백혈병에 맞서 함께 싸우는 환자와 의사는 매일 희망을 나눈다. "물질적으론 가진 게 없지만 마음만은 부자입니다. 병이 나으면 도와주신 분들께 보답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꼭 회복해서 건강을 되찾고 즐겁게 사십시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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