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고속철 시대가 열린다.'단군 이후 최대의 역사(役事)인 한국고속철도(KTX)의 개통은 국가 물류 및 교통 체계의 혁신은 물론, 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걸친 일대 변혁을 예고한다.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되면서 서울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가 좁혀지고, 지방화 시대가 촉진되면서 국토 균형 발전에도 획기적 기여를 할 전망이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근대 산업화의 토대가 되었듯, 고속철 개통은 세계화 시대를 맞아 소외됐던 지방 도시를 특성화해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혈류 역할을 할 전망이다. 고속철 개통의 의미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속도 혁명"… 국토 균형발전 촉진제 기대
고속철도는 육로 운송의 '속도 혁명'이 일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고속철은 서울 도심과 대전을 단 49분만에 주파한다. 이는 일산 신도시에서 광화문 등 강북 도심에 진입하거나, 분당 신도시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것과 같은 시간대다. 광명역(14분)이나 천안 아산역(34분) 같은 중간 기착지는 웬만한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신도시 보다 서울 도심 진입이 더 편리하다.
이 같은 속도 경쟁력은 국내 주거 및 경제 활동 개념을 변화시켜 국민 경제에도 일대 혁신을 가져올 전망이다. 프랑스 르망시가 고속철 개통 후 컴퓨터· 통신 중심지로 변모했듯, 고속철 역사가 위치한 지역은 서울 수도권에 버금가는 대도시로 성장할 것이다.
고속철은 자연스레 지방 경제의 활성화를 동반, 서울 수도권과 지방간의 경제·문화적 격차를 상당부문 해소할 전망이다. 더구나 신행정수도 이전이 맞물려 추진되면서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충청권을 비롯해 목포 등 호남지역도 성장 속도에 가속이 붙게 된다. 고속철 정차역은 장기적으로 주변의 핵심 거점지로 육성된다. 정부는 고속철 역세권을 '고속철 역세권 특구'(가칭)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9월부터는 '지역특구법' 이 시행돼 고속철 역세권 주변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산업 정책과 연계한 특화 산업 클러스트로 본격 개발될 예정이다.
◆물류 지도가 바뀐다
고속철은 도로 중심이던 국내 물류 체계를 철도 중심으로 전환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철도청에 따르면 4월 1일 고속철이 개통되면 철도의 여객 수송능력은 하루 18만 명에서 31만4,00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나 고속버스 승객의 40%, 국내선 항공기 수요의 60%를 흡수한다. 2단계 공사가 완료되는 2010년에는 여객 수송능력은 3.4배, 화물은 현재보다 4배 늘어 철도가 국가 기간 교통망으로서 완전히 자리잡게 된다.
정부도 올해부터 도로에 치중해 있던 기간 교통망을 철도 중심으로 바꾸기로 하고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고속철은 특히 국가적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는 남북철도 연결, 한반도 종단철도(TKR), 중국횡단철도(TCR), 그리고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계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속철 차량 제작으로 축적된 기술력도 향후 소재, 자동화, 정보기술(IT), 항공우주 등 미래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핵심 기술인 컴퓨터 자동제어 및 자기진단 기술은 산업기기 자동화와 산업용 로봇, 주문형 반도체 사업에 즉시 적용할 수 있다.
◆수도권 집중화 방지 등 과제도
고속철 개통은 필연적으로 지방 도시의 재편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고속철 역사가 위치한 도시는 수도권에 준하는 대도시로 성장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도시는 위성도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 공항들도 고속철 개통으로 존폐 위기에 몰릴 위험이 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고속철 개통으로 천안, 대전 등으로 주거지를 옮기고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속철이 오히려 한 차원 높은 문화, 상업, 교육, 문화 혜택을 향유하려는 지방민들의 서울·수도권 유입을 촉진하는 역작용을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연구원의 조남근 박사는 "고속철이 자칫하면 지방도시의 서울 종속을 가져올 수 있다"며 "우선 고속철 역사 주변에 컨벤션 센터 등 대규모 복합 상업 시설을 세워 독자 생존할 수 있도록 한 뒤 고속철 역사와 주변 도시를 테마형 복합 산업단지로 육성해 서울 수도권의 위성도시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고속철 특수 잡아라" 지자체들 생존 경쟁
'시속 300㎞의 이동혁명', '전국 반나절 생활권'. 고속철시대가 몰고올 이 같은 변화의 물결은 지방자치단체에게 기회이자 위기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고속철 특수를 이용한 살아남기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속철로 창출되는 경제적, 산업적 파급효과를 지역발전으로 연결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지방도시의 세력재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대의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충청권은 고속철의 후광효과를 등에 업고 내심 지방의 맹주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서울에서 불과 34분거리의 천안·아산권은 산업단지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천안시는 4월중 지난 3년간 덮어 둔 제4지방산업단지공사를 착공하고 아산시는 둔포에 97만평 규모의 신산업단지 조성을 추진중이다.
충남도는 또 서해 북부권과 고속철을 연계, 시너지효과를 높이기 위해 동서산업선(안흥―천안 98㎞)과 충청선(보령―조치원 89㎞)철도노선의 조기 건설도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서울까지 불과 1시간39분거리로 반나절 생활권을 실감할수 있는 대구·경북권은 고속철을 지렛대 삼아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대구시는 이에 따라 2005년부터 2020년까지 3단계로 나눠 동대구역을 새로운 중추교통시설로 개발하고 주변을 중심상업지구로 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1일 고속철 이용객수는 5만명, 화물처리량은 지금보다 8배 가까이 증가한 10만8,000톤에 이를 것이다"며 "대구를 교통과 물류의 환승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경북지역도 서울접근성이 높아져 수도권 공장 이전과 관광특수 등을 기대하고 있다.
동북아 물류허브를 꿈꾸는 부산은 역세권 개발을 바탕으로 도시구조 개편과 교통망 개혁에 돌입하는 등 각종 프로젝트를 쏟아내고 있다. 부산역사 주변 32만평을 상업 숙박 위락 등 중심상업지구로 만들고 역을 중심으로 부산신항만, 김해공항과 연계한 신물류망을 구축, 동북아 물류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광주도 광(光)산업 등 과학기술진흥사업 거점 지역을 꿈꾸고 있다. 컨벤션센터 및 첨단과학산업단지 2단계 조성 사업을 앞당겨 수도권 기업 및 공공기관 유치도 본격화 할 방침이다.
목원대학교 김혜천 교수는 "고속철도 개통에 따라 더욱 치열해 질 도시간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지역 특성을 살린 개발과 함께 인접 도시간 네트워크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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