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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비만치료 "위절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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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비만치료 "위절제술"

입력
2004.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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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베리아트릭 수술(Bariatric surgery·고도비만 치료를 위한 위 절제술)'이 시술됐을 때 일반적 반응은 "비싼 돈 들여 이런 수술까지 해가며 살 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1년만에 수술 사례가 150건에 달했다. 어떤 치료도 효과가 없는 고도비만 환자에게 '시도해볼 만한 치료법'으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베리아트릭을 시술하는 극소수 병원 사이에서도 수술법이 조금씩 달라 '무엇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가'에 대한 논란이 적지않다. 이에 따라 대한내시경복강경학회와 대한외과학회는 4,5월 베리아트릭을 주제로 세미나를 갖는다. 이 시술의 내용과 장단점, 향후 과제를 알아본다.*복강경 발달로 급부상

비만치료라는 뜻의 베리아트릭은 위를 줄여 음식섭취를 줄이거나 소장을 짧게 해 흡수를 줄이는 수술법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 1970년대부터 미국에서 갖가지 수술법이 나왔지만 부작용이 많았고, 뚱뚱하다보니 마취와 상처회복에 대한 부담도 컸다. 그러다 배를 절개하지 않는 복강경의 발달로 1990년대부터 복강경 베리아트릭이 급부상했다. 미국에서 2002년 6만명, 2003년 8만명이 시술받았을 정도다. 고도비만 환자가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국내에도 수술대상이 10만∼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베리아트릭을 가장 많이 한 곳은 MIS외과. 여의도성모병원 교수 시절 베리아트릭을 첫 도입한 김원우 원장이 개원해 2월까지 130명을 수술했다. 종합병원 중에선 여의도성모병원의 김응국 교수팀이 5건, 영동세브란스병원 최승호 교수가 2건, 한솔병원 허경열 고도비만복강경수술센터소장이 5건을 시술했다.

*즉각적인 감량 효과

감량효과는 즉각 나타난다. 김 원장은 "평균 체중 102.2㎏, 평균 BMI 42.45의 16∼62세 환자 130명을 분석한 결과 1개월 후 9.7㎏, 3개월 후 15.1㎏, 6개월 후 20.2㎏이 빠졌다"고 밝혔다. 6개월만에 정상체중을 초과한 체중의 평균 70%가 빠진 것. 다른 병원도 감량 추세는 비슷하다.

고혈압, 당뇨, 관절통, 위식도 역류, 생리불순 등 비만 합병증도 자연히 해결된다.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수술받은 한 50대 여성은 "수술 50일만에 체중이 17㎏이 빠졌고, 최고 160이던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어깨·무릎의 관절통과 심한 코골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수술 6개월 후 고콜레스테롤 환자 70%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 됐고, 고혈압약·당뇨약 복용환자는 각각 90%, 100%가 투약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삶의 질'에 대한 변화는 더 긍정적이다. 굶기와 폭식을 반복하고 대인관계와 정신이 극도로 피폐했던 환자들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복귀하고 자신감을 갖게 된다.

*수술방법은 제각각

김원우 원장은 위의 불룩한 오른쪽(대만곡)을 잘라 150∼200㎤용량만 남기는 '위 소매절제술'을 하고 있다. 수술시간이 1시간에 불과하고 당일 입원해 이틀만에 퇴원한다.

김응국 교수와 최승호 교수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시술되는 '루와이 위 우회술'을 하고 있다. 위를 15∼20㎤만 남기고, 소장이 시작되는 곳의 50∼100㎝ 아래를 잘라 여기에 연결한다. 이렇게 하면 음식과 소화액이 Y자의 만나는 부분에서 합류, 소장이 영양소를 흡수하는 길이도 짧아진다. 감량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이 장점이나 기술적으로 어려워 수술·회복시간이 더 걸린다. 허경열 소장의 수술법은 '루와이…'를 변형한 '축소 위 우회술'. 허 소장은 "위의 왼쪽(소만곡)을 길게 100㎤크기로 잘라 소장에 바로 이어붙여 수술이 간단하고, 효과는 '루와이…'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장기 결과 지켜봐야

어떤 방법이 좋은지는 신중히 따져야 한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는 서구와 달리 고지방식보다 탄수화물의 폭식이 문제라 위만 줄여도 효과가 있다"며 "1년 뒤 감량효과가 없을 경우만 소장우회술을 추가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추가수술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환자는 4%에 불과하다는 것. '위 소매절제술'은 간단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나 장기추적결과가 없다는 것이 한계다.

하지만 김 교수는 "'루와이…'도 2년까지는 계속 감량되다가 신체가 적응하면서 약간 체중이 늘어 5년 뒤 초과체중의 50%가 빠진 상태로 유지된다"며 "재발을 막으려면 위는 가능한 한 줄이고 소장을 우회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도 "암으로 위를 절제한 환자를 보면 1년 후 90% 체중이 회복되고 더 부는 경우도 있다"며 "위를 크게 남겨둘 경우 재발가능성이 없지않다"고 말했다. 현재 '루와이…'는 16년, '축소…'는 5년까지 효과가 검증됐다. 그러나 수술이 복잡할수록 '경험 많은 의사가 집도하는가'를 잘 따져야 한다.

극소수지만 사망한 사례도 있는 수술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미용 개념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수술 후 운동과 식사조절도 빼놓아선 안 된다. 밀크셰이크, 초콜릿, 사탕, 탄산음료처럼 배를 채우지 않는 고열량 간식을 즐긴다면 다시 체중이 불어나게 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20대 고도비만 여성 경험담/"수술 두달만에 124㎏→95㎏"

"안 해본 거 없죠. 2끼만 먹고, 2시간 이상 뛰고, 다이어트란 다이어트, 건강보조식품, 지방흡입술까지 다 해봤어요. 하지만 좌절만 더 심했어요. 몇 끼 굶다가 폭식하구요, 우울증 치료도 받았구요. 그런데 수술받고 2달반 만에 124㎏서 95㎏으로 줄었어요. 물론 운동 열심히 했죠. 이젠 다시 찌면 어떡하나 하는 조급증이 없어요. 그전엔 남들이 전부 저만 쳐다보는 줄 알았는데, 이젠 낮에도 잘 다녀요."

"고등학교때 120㎏에서 58㎏을 뺀 적이 있어요. 거의 안 먹고 죽어라 뛰었죠. 이런 다이어트를 10년간 반복했어요. 살이 찌면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다이어트를 했습니다. 마라톤 완주를 2번이나 했고, 회식한 날도, 비오는 날도 달리기를 했어요. 하지만 3,4달만 운동을 쉬면 20㎏이 늘어버려요. 가족들도 이해 못하는데, 저는 비만이라는 병에 걸린 겁니다. 암보다 치료율이 낮은 무서운 병이죠."

2명의 20대 고도비만 여성이 털어놓은 경험담이다. 베리아트릭을 '살 좀 빼려고 해보는 별 것'으로 여길 수 없는 이유다. 고도비만이 되면 식사조절과 운동의 효과가 낮다. 위는 늘어날 대로 늘어나 허기가 심하고, 운동 잘못 했다간 부상만 입는다. 나이가 들면 합병증이 심해지고 수명도 짧다. 말 그대로 응급 치료로서 수술이 필요해진다.

수술 대상은 운동·식이요법으로 체중감량에 실패했고,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것)가 35 이상이거나, BMI 30 이상이면서 합병증이 있는 경우다. 비용은 1,000만원 이상 든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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