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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아니면 말고式 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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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아니면 말고式 신도시

입력
2004.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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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자료가 그냥 나갈수 있습니까. 여러분들은 도대체 뭣하는 겁니까." 25일 오후 경기도 지사실. 평소 조용했던 이곳에서 한동안 손학규 지사의 격앙된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영문도 모른채 긴급 호출된 간부들은 변명 한마디 못하고 고스란히 불호령을 들어야 했다.이날 소동의 진원은 신도시 업무를 주관하는 신도시개발지원단실이 기자실에 배포한 한 권의 소책자. '수도권성장관리 기본구상'이란 제목의 120여쪽짜리 책자에는 경기도가 개발할 신도시 13곳의 위치와 면적, 수용인구 등이 일목요연하게 적혀있었다. '땅투기'엔 문외한인 기자도 눈이 번쩍 뜨일만 했다. 투기꾼들에게는 더 없는 먹잇감일 것 같다는 생각도 앞섰다.

기자실은 술렁였고 출입기자들은 바로 사실확인을 거쳐 기사를 송고했다. 이날 밤 한국일보를 비롯한 몇몇 신문에 이 기사가 실리자 또 한번 소동이 빚어졌다. "경기도의 공식입장이 아니고 확정된 것도 없다" "기사를 빼달라"는 전화공세가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결국 경기도는 뒤늦게 해명자료를 통해 '(경기도 산하 경기개발연구원)연구자의 개인소견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재검토하기로 했는데, 실수로 책자화 됐다'며 진화에 나섰다.

해명이 사실이든 아니든 경기도의 '신도시 다루기'는 너무 가벼웠고 너무 실망스럽다. 그 해명대로 해당주민은 물론 부동산시장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신도시 입지'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진짜'처럼 흘러나갔다면 그 지자체의 자질은 낙제점이다. 일각의 의혹처럼 '총선용'으로 입지를 흘렸다면 그것 역시 진짜 탄핵감이다. 관(官)이 중차대한 사안을 가볍게 다루면 국민들은 관을 더 가볍게 취급할 지도 모른다.

이범구 사회2부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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