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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자의 책이야기/"베스트셀러가 스테디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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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자의 책이야기/"베스트셀러가 스테디셀러"

입력
2004.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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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출판 편집자는 스테디셀러를 꿈꾼다. 10년을 넘고 20년을 넘어 오래오래 기억되는 작품을 만드는 게 편집자의 '욕망'이다. "이 책은 두고두고 읽히는 책이 될 것이다. 한꺼번에 많이 읽히는 책은 아닐지라도." 한때 편집자들은 기획 회의를 하면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스테디셀러와 베스트셀러를 가름했다는 말이다. 10년도 더 전의 얘기다.다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요즈음은 많이 팔린 책이 오래 팔릴 '싹'을 갖춘 책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책은 3개월 후부터 탄력을 받아 더 많이 팔리게 될 것'이라는 말은 10여 년 전에만 통하던 예언이다. 2년 여 전만 해도 스테디셀러 목록을 정리할 때 기준은 적어도 20여 년 동안 꾸준하게 팔려온 책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판매 부수는 대개 10, 20여만 부였고 50만 부에 이르면 '오래, 많이 팔린 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3개월 안에 전체 판매량의 50%가 승부 난다고 한다. 3개월 안에 수십만 부가 팔려나가야 베스트셀러로 자리잡는다. 그리고 그렇게 자리잡아야 오래 팔릴 수도 있다.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는 것은 스테디셀러가 되지도 못한다'는 게 출판가의 새로운 신념이 됐고, 판매의 수치가 높을수록 시간을 견디는 힘이 강하리라는 믿음도 생겼다.

이유는 책이 20대 여성의 옷처럼 나오기 때문이다. 매우 분주하게 유행을 타는 상품이 됐다는 얘기다. 출판 시장의 순환 속도가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새로 나오는 한 권의 책은 다른 것보다 앞서 눈에 띄어야 하고, 입에 오르내려야 한다. 일단 유명세를 타'누구나 제목은 들어본' 책이 되면 스테디셀러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유행에 민감한 요즘 독자들은 인기 상품에 매우 후하다. 유행하는 옷을 입고 유행하는 책을 들고 다니는 세상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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