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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가 고른 책]문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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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이가 고른 책]문자 이야기

입력
2004.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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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로빈슨 지음 박재욱 옮김·사계절 발행

문자가 없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재미없고 밋밋한 세상일까. 말은 시·공간의 제약으로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사라지지만, 문자에 의한 기록은 글이란 그릇에 담겨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거나 먼 후손에게까지 전달될 수도 있으니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게다가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 발음도 뜻도 알 수 없는 그저 기호에 불과했던 고대의 여러 문자가 19세기와 20세기 초에 풀려진 것을 보면 더더욱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1822년 프랑스의 샹폴리옹이 콥트어를 기초로 이집트 로제타석을 해독하면서 세계는 바야흐로 고대문자 해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멋진 미술작품을 연상시키는 이집트의 상형문자가 그림이 아닌 바로 문자였으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마술처럼 술술 풀려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와 함께 터키의 아나톨리아 반도에 있었던 사라진 철기시대의 제국 히타이트어도 제1차 세계대전 동안 극비리에 독일에서 연구돼 완전 해독됐다. 독일이 얼마나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며 연구를 진행시켰는지 전쟁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록 프랑스나 영국은 히타이트어가 해독됐는지조차 몰랐다고 한다. 덕분에 독일은 히타이트어를 선점해 세계에서 최초로 히타이트학을 태동시켰다.

또 함무라비 법전으로 유명한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처음에는 오늘날 우리가 눈으로 보고 쓰는 문자의 형태가 아니라, 물물교환의 내역을 기록할 필요성에 의해 단순한 부호를 사용했다. 그런데 부호가 점차 문자로 바뀌어 그들은 점토판 속에 찍힌 설형문자를 남겼는데, 4,000년이 지난 오늘날 비로소 자신들의 역사를 되찾게 되었으니 문자의 힘은 얼마나 위대한가.

원시인들은 두려움의 극복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사후세계의 불멸에 대한 욕망이 문자를 탄생시켰다. 이집트 상형문자의 '사자의 서'나 에트루리아인의 장례 명문 등은 그것을 잘 말해준다. 이 책은 그림문자에서부터 그리스의 알파벳을 받아들여 로마에 전해줌으로써 유럽에 알파벳이 전달되도록 한 수수께끼의 언어인 에트루리아어에 이르기까지, 탐정이 암호를 하나하나 해독하듯이 문자에 둘러싸인 비밀을 파헤치고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빙하시대의 기호나 그림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설형문자, 이집트 상형문자, 선상문자, 마야의 상형문자, 더 나아가 중국문자, 일본의 문자, 그리고 한글에 이르기까지 문자에 녹아 고대인의 정보가 현대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문자 이야기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인 한글을 탄생시킨 우리가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손상목·인디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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