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객에 의한 산불 막아라.'성묘시즌인 다음 달 4일(청명)과 5일(한식)을 앞두고 산불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린 강원지역 관공서와 주민들은 산불조심 장승을 만들고 제를 올리는 등 성묘객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각종 묘안을 짜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성묘시즌은 이장과 산소 단장을 하면 좋다는 속설이 있는 윤달(3월21일∼4월18일)이 겹치는 바람에 어느 때보다 성묘객이 많을 것으로 보여 산을 지키는 일이 그리 녹녹지는 않은 형편이다.
4년 전 옆 마을인 삼척시 궁촌리에서 대형산불로 570억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을 본 동막리 주민들은 올해 초 뒷산 입구에 '산불조심'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대장군을 세웠다. 높이 3m의 이 장승은 주민들이 뜻을 모아 직접 원목을 베어낸 뒤 정성스럽게 조각했다. 주민들은 "봄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윤달에 성묘시즌까지 맞게 돼 마을을 산불로부터 수호하고 성묘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기 위해 장승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강릉·삼척시 공무원들은 제(祭)를 지내는 전통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이들은 시장이 직접 나서 길일인 지난달 28일 대관령 국사성황당과 두타산 기슭에서 술을 따르고 산신제를 지내면서 산불 예방을 간절히 기원했다. 동해안 일대 국유림을 관리하는 동부산림관리청도 올해 가뭄 속에 속초시 고성군 강릉시에서 잇따른 대형산불이 발생하자 19일 '비를 내려 달라'는 기우제를 지냈다. 강릉시 관계자는 "하늘에 비는 목적도 있지만 제를 통해 주민들에게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도 산불 감시 아르바이트에 나서게 됐다. 농림부는 동해안 일대 산불 취약지구 50개 시·군에 각각 아르바이트 대학생 25명을 투입하도록 5억원의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지역 대학의 추천을 받는 아르바이트생들은 4월 한달간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약 36만원의 돈을 받고 감시활동을 벌인다. 군 부대도 산불이 일어날 것에 대비, 사격훈련을 금지하는 등 만반의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성묘객과 관광객들이 불씨가 되는 초나 라이터 등을 산에 갖고 들어가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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